요즘 우리 식탁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풍요롭다.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을 사실상 자급하고 있어 지구촌 식량위기에 따른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곡물 자급률은 2018년 기준 21.7%에 불과하고 제2의 주식인 밀은 99.3%, 사료용 옥수수는 연간 1000만t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돼지고기는 유럽과 남미 등 15개국 이상, 쇠고기는 미국 등 8개국 이상, 쌀은 중국 등 5개국 이상에서 각각 수입하는, 우리 식탁의 글로벌화가 있기에 가능한 현실이다. 이러한 외국농산물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우리농산물을 찾는 아이러니는 자연스럽게 원산지 표시의 관심으로 이어진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육류 구매할 때 원산지, 맛, 가격 순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신토불이’란 말이 옛말이 됐다고 하나 아직까지 우리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농산물에 대해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정부에서는 1994년부터 일찌감치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 표시를 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산지표시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 시행으로 국내산 농식품 수요와 가격은 상승한 반면, 외국산은 둔갑판매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을 줬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으로 가져온 사회적 후생 증대 효과는 연간 2조 8440억 ~ 3조 2380억원에 이른다.
2019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전국적으로 27만 5000여개소를 점검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2396업소는 형사입건 후 송치했고 원산지를 미표시 한 1608개 업소에 대해 과태료 부과처분을 한 바 있다.
특히 우리 전남지원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유명도 및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특산물 생산지라는 점을 노리고 타 지역산이 역유입 되는 등의 부정유통 방지를 위해 해남 겨울배추, 장흥 한우, 여수 갓김치 등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여 가짜 특산품 둔갑 행위를 방지했다. 또한 가격이 낮고 품질이 떨어진 젖소를 한우로 원산지를 둔갑 판매하는 음식점을 적발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한우사육 농가 보호 및 소비자 알 권리 충족시켰다.
또한 자체 개발한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냉동고춧가루 판별법은 특허등록하고 이 판별법을 활용해 고춧가루 및 고춧가루 사용 김치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 만든 김치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제조업체 및 통신판매업체를 적발해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디지털포렌식 호남권지원센터를 개설해 원산지 단속·수사의 과학화 및 수사지원 체계의 전국화와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디지털포렌식 장비는 물론 증거분석실과 참관실을 갖추고 하반기부터 현장 수사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은 우리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에 대해 국산과 외국산 농산물을 알기 쉽게 비교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 비교 사진과 함께 주요 특징자료를 게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발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일상에서 누구나 별도의 비용을 수반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어 사소한 실천이 감염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농업과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쉽고 효과가 높은 것은 무엇일까?
우리 소비자들이 농식품을 구입하는 마트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하는 음식점에서, 온라인 쇼핑몰 등 일상에서 원산지를 확인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원산지 표시는 지도·단속 등 관리기관뿐만 아니라 생산자, 판매자, 가공업자 등 각 유통단계 주체의 원산지 표시에 대한 자발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부터 ‘팔 때는 원산지 표시, 살 때는 원산지 확인’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실천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