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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간 노래
작성 : 2016년 01월 19일(화) 15:14 가+가-

강 건너간 노래/이육사


섣달에도 보름에 달 밝은 밤
앞냇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른 노래는 江 건너갔소

江 건너 하늘 끝 沙漠도 닫는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랫불에 떨어져 타서 죽겠죠

沙漠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 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 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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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청포도’로 더 익숙한 시인 이육사.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과 한을 상징적 시어로 표현하여 일제에 저항하며 애국애족한 시인이다.

이 시는 조선 민족의 현실에 실질적인 관심을 두지않던 시인이 식민지 조선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조선민족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고 조선민족의 해방을 위해 실천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읊은 것이라 한다.

일제 말기 대부분의 문인들이 변절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민족적인 신념을 가지고 일제에 저항하면서,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이 풍부한 시풍과 목가적인 필치로 작품 활동을 한 이육사 시인의 시를 폭설내린 오늘 감상해본다.

이육사(李陸史, 1904 ~ 1944)

시인 · 독립운동가.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원록(源綠). 육사라는 이름은 형무소 수인 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문단 활동은 조선일보사 대구지사에 근무하면서 1930년 1월 3일자 ≪조선일보≫에 시작품 <말>과 ≪별건곤 別乾坤≫에 평문 <대구사회단체개관 大邱社會團體槪觀> 등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뒤 1935년≪신조선 新朝鮮≫에 <춘수삼제 春愁三題>·<황혼 黃昏> 등을 발표하면서 그의 시작 활동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육사는 1925년에 형 원기(源琪), 아우 원유(源裕)와 함께 대구에서 의열단(義烈團)에 가입하여 독립운동하다가 1943년 일본형사대에 붙잡혀 1944년 옥사했는데 육사의 의식 공간은 항시 쫓기고 있는 불안한 마음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빼앗긴 조국에 대한 망국민의 비애와 조국광복에 대한 염원을 시로 승화하며 지절(志節)로써 일관된 구국투쟁을 했다.

그 뒤 ≪신조선≫·≪비판 批判≫·≪풍림 風林≫·≪조광 朝光≫·≪문장 文章≫·≪인문평론 人文評論≫·≪청색지 靑色紙≫·≪자오선 子午線≫ 등에 30여 편의 시와 그밖에 소설·수필·문학평론·일반평문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생존시에는 작품집이 발간되지 않았고, 1946년 아우 원조(源朝)에 의하여 서울출판사에서 ≪육사시집 陸史詩集≫ 초판본이 간행되었다.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으로 “육사 시집”(1946)이 있다.

엄태선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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