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고향이 없는가
그리워해도 못 가는가
고향처럼 아름다운 그림은 없고
부모처럼 큰 글자는 없는데
왜 우리 고향은 물속에 있는가
우리 부모는 어디 있는가
봄이면 가장 먼저 찾아와 피는
누님보다 예쁜 빨간 앵두꽃도
금빛을 만들어 내는 적벽산 아래
금살 여울 쉬리도
보산리 앞 시냇가 모래 사장은
여름이면 피라미 잡아
친구들과 천엽 하던 자갈밭은
우리동네 천연문화재 대바위(고소대)는
소는 풀 뜯어먹고 우리는 뛰어놀던 잔디밭은
꿈까지 영혼까지 수몰되고
우리 가족은 친구는
이웃사촌은
사촌 팔촌 구촌 이모 고모 당숙은
짝사랑 했던 그 여인은
다 어디로 갔는가
누가 뿔뿔이 헤어지게 했던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누가 내 쫓았던가
아아 광주시(光州市)가
자기들 잘 먹자고 잘 살자고
돈 몇 푼씩 주고 군화(軍靴)발로 쫓아 냈지요
우리를 짐승으로 알고
황야로 내 쫓았지요
죽은 자의 뼈도 가져가라
아니면 물속에 집어 넣겠다
고향 이웃만 알고 살아온 우리가
자식을 공부시키면
농사 안 짖고 도망간다고
우리 부모들은 공부 시키지 말자고
약속까지 하면서 지켜온 고향을
무지한 우리는 자존도 모르고
체통도 잊고
조상님의 뼈 조각을 이고지고
쫓겨날 수밖에
잡히면 받은 돈도 빼앗는다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쫓아 내버린
아아 광주가 아니었는가
남북은 통일이 되면
화합하면 일치하면
서로 왕래라도 하련만
우리는 뭐냐
남북이 통일이 되어도
광주 땜 물을 한 방울도 없이
다 몽땅 퍼 내도 불을 피워 말려도
뻘속에 묻혀 우리 고향은 없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짝사랑 하던 그 여인도 없다
우리는 뭐야
아무것도 없다
길이라도 있으면 산소라도 가련만
명당이라 흔이 말하는
적벽입구 심불재 자라등 맷둥
노루목재에 노루목 맷둥
그 주인들도 뼈만 가지고 갔을 텐데
지금 살아 있을까
서리 경산 진들(월평) 난산 노루목 학당
이제는 방석구장터 창량 하다촌까지
구 사람들도 쫓겨 나서 어디서 살까
이서남 초등학교 앞 지서(파출소)
생각만 해도 무서운 그 무시무시한 순사들
지금은 늙어서 죽었을 거야
이제는 적벽산 메아리가
가래 끓는 소리로 변하고
몇 년 앞은 생각지도 못해도
아직은 눈은 뜨고 있어
언제 선산이라도 볼거나
걸음으로는 못 가도
찻(車)길이 있으면 가련만 길이 없어
그리워라 언제 갈거나
그리운 사람들
광주여 길 길 길을 만들어 주세여
길만 있으면 우리도
우리 후손들도 벌초도 하고 시제도 지내고
사촌 팔촌 형제도 만나고
찐한 고향 내음 향수에 만나고
부모도 할애비 할매 그림자도
이웃사촌도 만나고
아아 이서 적벽아
그리운 내고향 적벽아,
서순보 시인(전 종로구의원)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한문수학, 침술, 풍수지리학, 한의학, 명리학 수학.
백두산문인협회 계간 『백두산문학』 부화장.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
종로문인협회 운영위원.
푸른문학 운영이사.
자택 : 종로구 낙산길 198 쌍용@ 204-605
시집 / 반짝이는 모래가 흙으로 변해도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