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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열전>하늘이 준 기회를 놓친 한신(韓信)
작성 : 2019년 07월 29일(월) 16:11 가+가-
유방은 항우와의 격전에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가 대장군이 된 한신의 신기에 가까운 전략과 전술로 천하를 평정하기 시작한다.

한신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병법과 용병술에 대한 일화가 워낙 많은데 그 중에서도 역시 '배수진'으로 알려진 '정형 전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전투는 한신을 일약 전설적인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정형전투 이후 한신은 유수전투로 제나라를 정복하고, 해하전투에서 항우를 제압하는 등 큰 공을 계속 세웠으나 오히려 유방의 견제를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나라 5년, 제나라 왕위를 빼앗기고 초나라 왕으로 봉해졌다가 얼마 안 있어 초나라 왕에서도 강등, 회음후로 봉해져 유방의 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감시를 받는 처지가 된다.

유방이 자신의 재능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줄 알았기에 한신은 언제나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았고 유방을 수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유방이 반란을 제압한 후 돌아와 승전 연회를 베푼다는 자리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유방에게 천거했던 소하의 명령조차 거부할 수 없어 연회장에 나갔다가 유방의 부인 여태후에 의해 바로 죽임을 당한다.

한신은 죽음 목전에서 ‘내가 그때 괴철의 계책을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아녀자에게 속은 것이 어찌 운명이 아니리!’ 하며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다.

한신이 죽기 직전에 한탄하며 내뱉었던 괴철의 계책이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한신이 제나라를 다스리게 되자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항우는 장군 무섭을 보내 한신을 회유한다. 무섭은 한신에게 전쟁이 끝나면 유방에게 사로잡힐 것이니 독립해서 천하를 셋으로 나눠 왕이 되라고 한다.

그러나 한신은 ‘한왕은 나에게 대장군의 인수를 주고 대군 수만 명을 주었다. 자기 옷을 벗어 나에게 입히고, 자기 먹을 것을 나에게 먹이며, 생각을 말하면 들어주고, 계책을 올리면 써 주었다. 그래서 내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무릇 남이 나를 깊이 믿는데 내가 그를 배반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마음을 바꿀 수 없다.’며 항왕에게 전하라고 한다.

무섭이 떠난 뒤, 한신의 책사 괴철이 천하 대권의 향방이 한신에게 있음을 알고 기발한 계책으로 한신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괴철은 ‘장군의 관상을 보니 제후로 봉해지는데 지나지 않으며, 게다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장군의 등을 보니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라며 은근 슬쩍 한신에게 천하의 황제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릇 형세가 신하 자리에 있으면서 군주를 떨게 하는 위세를 지니고 명성을 천하에 떨치고 있으니 제 생각에는 당신이 위태롭습니다.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고, 때가 이르렀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재앙을 입는다고 들었습니다.”라며 협박에 가까운 설득을 한다.

그러나 한신은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남의 우환을 제 몸에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남의 근심을 제 마음에 품으며, 남의 것을 먹으면 그의 일을 위하여 죽는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이익을 바라고 의리를 저버릴 수 있겠는가?’라며 괴철의 계책을 물리쳤다.

이렇듯 한신은 군사적인 능력과 지혜 면에서 유방보다 뛰어났으나 정치적인 능력에서는 유방을 따라가기엔 한참 하수였다. 너무 순진하고 곧고 정직하며 사람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한 장군이었다.

만약 한신이 제나라 왕위에 있을 때 괴철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나라에서 독립한 후 함양으로 들어갔다면 천하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고 한신 또한 죽임을 당하지 않고 역사의 주인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출중한 능력을 지녔으나 너무 빨리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신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깝고 아쉬운 역사적 인물로 식견 있는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김지유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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