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 그는 누구인가?

그는 누구인가. 바람이라 해도 좋겠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 사화士禍로 얼룩진 기묘년(1519) 이후의 조선은 그의 이름 앞에서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조선 500년 역사에서 그의 활동은 4년 남짓. 작은 점으로 지나칠 정도로의 흔적일 뿐, 한 시대를 대표하기에 턱없이 미미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왕조의 남은 400년 동안 조선의 사람들은 시대를 이어가며 깊은 존경으로 그를 추앙하고 있다. 후대 임금들도 궁금했던가 보다. 그의 사후 50년, 이제 막 즉위한 어린 임금 선조宣祖가 스승에게 물었다. 조광조는 어떤 사람입니까. 실록이 전하는 당대의 대학자 이황李滉의 답이다.

“조광조는 훌륭하고 어진 선비입니다.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게 아름다웠으며, 그 독실한 학문과 힘써 실천함은 비교할 사람이 없습니다. 도道를 실천하고 인심을 맑게 하여 세상을 요순의 시대로, 임금을 요순처럼 만들고자 하였는데 불행하게도 소인들의 참소와 이간질로 인해 참혹한 죄를 받았습니다.”
- <선조실록> 1567년 11월 4일

조광조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보여준 예가 있을까. 하지만 의아한 점은 바로 업적이라 하기엔 모호한 조광조의 행적. 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있는 것도, 전란의 위기에서 온몸을 사른 것도, 군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것. 그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 만대의 사표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듬성한 요약본 아닌가. 그런데도 조광조에 대한 이황의 찬사는 멈추지 않는다. 흥미로운 장면이다.

이 시대의 평가는 어떨까. 유학자로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기대자면, 태산북두처럼 우뚝한 존재이며 조선 도학의 맥을 이은 진정한 학자로 자리하고 있다. 강직한 선비의 기개를 그 삶으로 보여주었다는 칭송 또한 조선의 기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활동에 대한 평으로 눈을 돌리면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 조광조의 모습이 보인다. 혼탁한 시대를 바로잡고자 자신의 삶을 뜨겁게 바친 사람이라고. 그 위로 안타까움의 소리도 더해진다. 지나친 성급함 때문에 결국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그러니까 정치 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상주의자라는 평이겠다. 젊은 개혁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더하여, 이런 이미지에 대한 자잘한 시비도 없지 않다. 조광조의 개혁이 민생이 아닌, 그저 유교적 이상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그것인데. 그러니 개혁가라는 타이틀을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대가 처한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질책도 담긴 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