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방이 되고 이듬해인 1946년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김성수, 김병노, 백관수, 조병옥 등의 권유로 매하는 정계에 입문하여 오랜 지우들과 함께 한민당에 입당한다. 매하선생은 당 총무직을 맡으며 그동안 가슴깊이 묻어두고 있던 웅지를 펴고자 하였으나, 정계의 분위기는 그가 의도하던 바와는 달리 개혁의 길을 뒤로하고 보수 성향으로 치우쳐가기만 했다.

이에 크게 실망한 매하는 당을 탈당하고 그가 원래 몸담고 있던 교육계로 돌아온다. 1947년 충북 보은의 농업학교장에 취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3년후 6·25전쟁 발발로 농업학교에서의 교직 생활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매하는 충청북도 도지사, 문교부장관 등 관계 요직으로 추대되고,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받기도 하였으나 교직만을 고집했다. 평생 올곧은 길만을 지향했던 매하는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선택에는 아무런 미련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일생을 민족과 정의를 위해 내달려왔던 매하의 생은 1955년 1월 12일 67세의 일기로 마감하게 된다.

교육자로서 선지자로서 민족의 앞날만을 바라보며 맹렬한 삶을 살다간 매하 선생이 지나오신 길을 살펴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질 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있으나, 격변기 일제 식민지 시대는 그 말처럼 올바른 뜻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는 호락호락한 시기가 아니었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계의 사정은 한참이나 시대의 발걸음에 못 미치고 있었으니 개항, 을사보호조약 등 조선에 대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의지가 그 윤곽을 드러낼 무렵에야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체계와 관리양성의 관문인 과거제도를 포기하고 서구형의 교육기관을 설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