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이북 공산군의 남침으로 벌어졌다. 아직도 동족상잔의 피가 마르지 않고 백아산 철쭉꽃도 붉게 붉게 피었다.

1950년 9·15 유엔군 인천상륙작전으로 남침 인민군 주력부대는 이북으로 퇴각하고 태전 장단 공비들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백운산, 불갑산, 백아산 등 산악지대를 거점으로 준동했다.

공비토벌군 11사단 준장 최덕신(催德新), 20연대장 대령 박기병, 3대대 소속 12중대장 대위 김용림은 이서면 원산마을 뒷산 고지에 진지를 구축하고 백아산(白鵝山) 지역 공비토벌 작전을 전개하면서 12월 10일을 전후하여 무등산 뒤 이서면 영신마을부터 북면(현 백아면) 백아산 사이에 걸쳐있는 50여 마을을 모조리 불을 질렀다.

군은 이 작전 과정에서 주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소개나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마치 적을 공격하듯이 총을 쏘며 들이닥쳐 미리 준비한 기름을 초가 처마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순식간에 불이 무섭게 타는 것을 목격하고 불을 지른지 며칠 후 국군이 집 안에 있는 주민 9명을 끌어내어 마을 앞 나드리고개 주막집 언덕 밑에서 집단총살하였다. 그 후 나는 군인만 보면 무서웠다. 요샛말로 트라우마에 걸린 것이다.

빨갱이도 아닌 국군이 불을 질러 대대손손 살아온 정든 집 정든 마을이 화마에 휩싸여 잿더미가 된 것이다. 산천초목도 벌벌 떨고 하늘도 해도 검은 연기에 덮인 채 분노하고 통탄했다.

주민들은 겁에 질려 울음도 안 나오고 원망할 겨를도 없이 혼비백산, 좌왕우왕 경악 공포 속에 추운 겨울철이라 이불만을 챙겨 이고지고 허겁지겁 산속으로 도망가는 사람, 연고지를 찾아 수복된 지역으로 피난을 간 사람, 국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 가축들이 이리저리 달아나고, 참으로 목불인견의 아비규환이었다. 나는 생후 3개월 된 동생을 업고 원산수복지역으로 피난길에 “어머니 무거워 못 가겠오, 어머니 내버리고 가요, 동생은 어머니가 또 나면 되지 않겠어요.” 전도부락 앞 당산나무 길가에서 했던 말이다.

공비를 잡아야 할 국군이 민간인을 때려잡는 천인공노할 잔인하고 원통한 이 사건을 어찌 죽은들 잊을 수 있겠는가? 많은 피난민은 월산마을 들판에 토굴을 파고 구호물자 헌 옷 담요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디고 도라무통(드럼통) 분유(사료용). 알래미쌀로 겨우 연명하며 사는 것이 죽음보다 못했다.

이런 전란 와중에 토벌군 총지휘관인 12중대장 육군 대위는 오 모 씨 행랑채에서 자기 처와 살고 있었다. 왜 기억에서 6·25가 되면 떠오를까? 자기 처와 따뜻한 이불속에서 자고 나면 토벌 작전을 나가서 민간인 마을을 소각한 증오심에서 그런 것 같다.

이처럼 주민의 피해는 막심하지만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한국전쟁사』에는 “11사단은 180일 동안 공비 토벌 작전에서 공비를 촌락으로부터 깊은 산중으로 분산 패주 않을 수가 없게 함으로써 주민의 피해를 감소시켰다” 라고만 기록하고 민간인 동네를 불을 지른 사실은 어느 곳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은폐하였다. 왜 은폐했을까. 정당한 작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양애국열사능에 있는 최덕신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알 것이다.

백선엽 장군의 육필저서 『실록지리산』 책에서 11사단 토벌 작전 개념은 초토화 작전이라 할 수 있는 “견벽청야”였다. 장개석의 국부군이 모택동의 게릴라를 상대했던 방법이었다. 사단장 최덕신의 이 같은 작전 방침에 따라 작전지역의 산간부락이 거의 소실되고 주민들은 “고향에서 내몰렸다”라 증언하고 있다.

저 유명한 거창 양민학살 사건도 11사단 9연대가 저질렀다. 1951년 2월 10일 11일 이틀간에 남자 109명, 여자 183명, 소아 225명, 도합 517명을 거창군 신원면 과정리 신원국민학교에서 9연대장 오익경 대령, 3대대장 한동석 소령에 의해 집단 학살당했다.

1960년 4·19 혁명 뒤 노산 이은상이 비문을 쓰고 신원면민이 위령비를 세웠는데 1961년 5·16 군부정권이 이 위령비를 무너뜨려 땅에 묻고 유족대표들은 빨갱이로 몰아 족쳤다.

국군의 비행을 말하거나 민간인 집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족치는 암울한 군사독재가 35여 년간 계속되어 피해 주민들은 보상은 커녕 말 한마디 못하고 통한의 세월을 지내야 했다.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 오듯이 2005년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제정하고 진실화해 위원회가 진실규명조사를 통하여 공비토벌군 11사단이 민간인 마을을 집단 소각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2009년 하반기 조사보고서에 기록되어 국회와 대통령께 보고되었다.

이 사실을 근거로 국가에 피해 보상청구서를 제기했으나 증거불충분 시효완성이라고 패소하고 국방부 장관은 현행법으로는 구제의 길이 없다는 답변이며, 피해지역 현지 조사라도 한번 해달라고했으나 성의가 없었다.
살고 있는 집은 단순한 재산의 피해가 아니라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다. 만약 일반적 재산으로 간주한다면 헌법에 위배되며 국가 원력 남용이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피해 주민들은 특별법을 제정하여 보상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 국회의장 지역 국회의원 17대, 18대, 19대, 20대 의원께 진정서를 냈으나 누구 하나 답변을 해 준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었다. 이런 일은 지역 국회의원이 나서서 할 일이 아닌가. 참으로 한심한 국회의원 나리들이다.

이 초토화 작전으로 불을 지르고 양민을 학살한 최덕신은 승승장구 군사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내다가 결국 월북하여 고위직에 있다가 1989년 11월 16일에 죽어 평양애국열사능에 비를 앞에 세우고 묻혀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이 사람이 바로 빨갱이가 아닌가.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국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에 민가 소각의 은폐사실을 기록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기록한 전쟁사를 수정해달라고 행정심판까지 했으나, 이런저런 궤변으로 지금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군부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군이 나라를 지키지 못하여 공산군의 남침을 당한 것만으로도 분통하고 원망스러운 일인데 공비토벌목적으로 민간인 집에 불을 지르고 주민을 적대시하였으니 그 피해 보상은 당연하다.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통과시킨다는 뉴스를 보고 기대를 했는데 배·보상을 뺀 진실 규명만 한다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 법만 통화시켰다는 5월 20일 6시 뉴스에 크게 실망했다.

과거사 정리 없이는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증명하고 있다.

”과거에 대하여 눈먼 자는 현재에도 눈 감는다.”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은 피해 보상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침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화순 나주 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된 신정훈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관심을 둘 것을 부탁드린다.

평양애국열사능 최덕신 비

공비토벌군 11사단장 최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