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에서 자주 부르는 가스펠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있다. 이 곡은 현대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고비마다 함께한 노래였다.
존 뉴턴(John Newton)이란 영국 사람이 있었다. 그는 흑인 노예를 사고파는 일에 종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턴은 노예선의 선장이 됐는데, 그가 탄 배가 폭풍우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낀 뉴턴은 순간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으며, 마음에서 절절하게 우러난 기도를 드린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뉴턴의 기도가 우연이라거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뉴턴은 이때 흑인 노예들이 자신을 희생해 구멍 난 곳을 몸으로 막는 것을 봤고,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흑인 노예들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 후 배는 기적적으로 폭풍우에서 벗어나 무사히 귀향했다.
뉴턴은 이날을 자신의 두 번째 생일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후로도 6년간 노예무역에 몸담았지만 하는 일은 정반대였다. 그는 흑인 노예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영국 의회에서 노예선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함으로써 영국에서 노예 제도가 폐지되는 데 일부 공헌했다. 뉴턴은 노예를 사고파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30세에 신학 공부를 시작해, 결국 1755년 종교인이 됐다. 그리고 82세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리고 1779년엔 자신의 일생을 뒤돌아보며 1779년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의 가사를 썼다. 선율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아일랜드 또는 스코틀랜드 민요라는 설이 있었다. 이 곡은 <자비로운 주 하나님>이란 제목으로 현재 신·구교 애창 성가 곡으로 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으면 가슴에 강물이 흐르고 머리가 맑아진다. <자비로운 주 하나님>은 간단히 요약하면, 노예무역의 과거를 깊이 회개하고 더러운 죄를 사하여 주신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쓴, 존 뉴턴의 일생이 담긴 곡이다. 이러한 존 뉴턴에게 감화 받은 유력한 국회의원 윌리엄 윌버포스의 노력으로 영국에서 노예 제도가 결국 철폐되고, 전 세계로 그 영향이 파급됐으니, 어찌 보면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뉴턴과 윌버포스의 노예 제도 폐지를 향한 여정은 2008년 <어메이징 그레이스>란 제목의 영화로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다.
<자비로운 주 하나님>은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다. 소울 가수인 아레사 프랭클린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스펠 앨범 기록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 곡은 기독교 문화권의 현대사에 자주 등장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가스펠을 부르는 모습이 우리의 시각에서는 다소 어색할 수도 있었다. 2015년 6월 23일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추도 연설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연설 대에 선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자비로운 주 하나님>을 부르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기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장면이었다. 연설 대신 이 노래를 할 수도 있다 하니 반대도 했다. 결국 오바마는 연설하러 가는 순간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머뭇거림 끝에 그는 〈자비로운 주 하나님>을 불렀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감동적인 장면이 되었다. 많은 분이 연출된 장면으로 생각하시지만 연출이 아니었다. 반주로 노래가 시작하고 한참 후에 등장하는 것은 대통령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곡은 1789년 미국에 소개된 후 널리 퍼졌다. 특히 백인들에 의해 강제로 땅을 빼앗기고 학살당했던 인디언들이 많이 불렀었다. 미국은 1838년 동부에 거주하던 체로키 인디언 1만 5,000여 명을 서부로 강제 이주시켰는데, 체로키 부족이 서로에게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이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그들은 수천 km가 넘는 고난의 이주 과정에서 5,000여 명이 질병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또 이 노래는 미국남북 전쟁(1861~65) 때에도 남북을 가리지 않고 사망자를 추도하고 전쟁으로 상처 받은 자를 치유하는 곡으로 쓰였으며,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운동에서도 널리 불렸을 정도로 현대사의 고비마다 함께 불렀다. 우리나라 매체에도 이 곡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 유명인이 있었다. 바로 가수인 성시경 씨다.
2010년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열린 국제군악축제에 참가했을 때의 성시경 가수가 각국의 군악대가 모여 <자비로운 주 하나님>을 연주했을 때의 장엄한 군악대에 맞춰 부른 모습은 당시의 영상을 보는 감동을 독자분도 유튜브를 통해경험해 보면 좋겠다. 의 본래 가사를 우리글로 번역하면 ‘놀라우신 은총’, ‘하나님의 자비’, ‘하늘에서 내린 축복’을 내포한 뜻이지만 사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고별’, ‘섭섭한 이별’, ‘끝없는 그리움’, ‘간절한 기도소리’이다. 본래 인간에게 내려준 깊은 인간의 감성을 아름답게 변하게 하는 노래곡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임하고 시카고 고향에 내려가 연단을 만들고 이임연설을 하게 되었다. 당시 시카고 수많은 관중이 모였다. 그런데 오바마가 단상에 올라 사방으로 손을 흔들더니 그가 입을 열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선창하며 노래를 계속에서 불러댔다. 시민들은 눈물을 계속 흘렸고 모두 뛰면서 오바마를 축하했다. 오바마의 이임 연설내용은 함께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음악 속에 모두 함축되어 들어 있었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시대 최고의 전염병 재앙을 안고 있는 미국인들이여! 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 함께 <자비로운 주 하나님> 노래를 가슴으로 부르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기 바란다.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