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이미 병들고 난 뒤 그 병을 잘 고치고 다스리는 의사보다는 병들기 전에 미리 예방함으로써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의사가 진정한 명의라는 것이지요.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명의 중 편작(編鵲)이라는 의사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의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상 그의 의술의 핵심은 ‘예방의학’이었습니다.

병은 무엇보다도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치병막여적시
治病莫如適時

세상의 명의는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병이 나기 전에 미리 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의사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병을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치료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구절과 관련된 이야기가 『사기』에 나옵니다. 편작이 제(濟)나라에 갔을 때 제나라 왕을 보고 피부에 병이 있으니 지금 고치면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제나라 왕은, 의사들은 괜한 병을 만들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불평하며 무시해버렸습니다.

그 후 병이 장기까지 침투하였다고 진단했을 때도 왕은 무시해버렸습니다. 결국 병이 골수를 파고들었을 때 편작은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왕의 병을 고칠 수 없다며 제나라를 떠났습니다.

편작의 충고를 끝낸 듣지 않은 왕은 결국 병이 골수에 깊이 파고들어 죽게 되었죠. 편작은 왕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병이 피부에 머물렀을 때는 고약으로 쉽게 고칠 수 있었고, 혈맥으로 파고 들어갔을 때는 침으로 고칠 수 있었고, 장기로 번졌을 때는 탕약으로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골수로 침투한 병은 어떤 수단으로도 고칠 수 없으니 병을 고치는 것은 초기에 고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것이 어디 병을 고치는 일에만 적용되는 이치이겠습니까?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장 상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