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예기치 않게 발목을 잡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게으름과 나태함, 불만과 질투, 술과 흡연 등 많은 것들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서 있는 복병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고자 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워 학식과 무용(武勇)을 크게 떨친 분입니다. 평소 술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선생은 술을 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어느 날 선생은 ‘제하분주(濟河焚舟)’라는 화두를 꺼내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강(河)을 건너고(濟) 나면 배(舟)를 불태워(焚) 버린다’는 뜻입니다. 이제 술을 끊는 결심을 하면 타고 갈 배가 없다는 생각으로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제하분주’는 원래 『춘추좌씨전』 등 동양의 병법서에 나오는 말로 결전의 날, 타고 갈 배를 불태워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배수진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글입니다. 우복 선생은 술을 끊기에 앞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주살인지탐독
酒殺人之酖毒
보양정신안향수고
保養情神安享壽考
파부중소여사
破釜甑燒廬舍
제하분주
濟河焚舟

술은 사람을 죽이는 독이다.
내 정신을 잘 보양하고 내 목숨을 제대로 지키려면 술을 끊어야 한다.
밥 해먹을 솥을 깨고 잠 잘 집을 불태우듯이,
강을 건너고 배를 불태우듯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정말 대단한 결심입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살면서 인생의 전기가 될 만한 결단의 순간이 필요합니다. 우복 선생이 ‘제하분주’의 화두로 술을 끊은 것처럼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장애가 나타났을 때 막다른 골목에 다가섰다고 생각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배수진을 치는 것 또한 장애를 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생결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