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보았어.” 이웃에 사는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동생은 “어 잘못 붙여졌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동생에게 나름으로 나의 작업의 의도를 설명하였습니다. 동생은 설명을 들으니 이제 좀 알 것 같다 합니다. 들여다보는 앎의 인연 하나를 서로 그리 전하였습니다.

잘못 붙였다는 동생의 생각은 바른 감상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도로변의 상가에 단어를 이상하게 붙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어를 그르게 붙여 놓음으로써 다시금 상가를 한 번 더 보도록 한 것입니다. 왜 저렇게 붙였지 그런 마음의 물음을 구하는 작업인 것이지요.

저는 임차한 상가의 내벽의 쪽창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틀어놓았습니다. 또 미닫이문에 약속이라는 단어를 뒤집어놓았습니다. 또 뒤집어진 약속이라는 단어를 순서를 바꾸어 선팅하였습니다. 저는 이렇듯 잘못 붙여진 문자들이 지시하는 시공간이 혹! 우리가 보는 삶의 모습이 아닌가 물어보고 또 이 이상한 시공간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는가, 교감하고자 하였습니다.

저의 작업을 보고 ‘잘못 붙여졌다’고 생각한 감상은 결국 올바름에 대한 이해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식의 균형을 확인하게 하여 주었습니다.

2.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에 다녔습니다. 결혼하고 과천으로 또 수원에서 미술교습소를 차려 생활하며 공부하다 이곳 능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능주가 좋았습니다. 2019년 6월에 이사하고 화순의 여러 면을 걸으며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작업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은 어떤 텅 빈 함과 같이 세상을 뒤집어보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저의 지난한 삶의 규모가 ‘사색의 시간의 거리’로 삶의 뜻을 구도하기를 바람하였습니다.

지난해 그러니까 2019년 10월인가요. 서초동 법원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자신들의 정치적 옳음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연일 방송되던 뉴스 말입니다. 저는 왜 저러는지 심사가 불편하던 차에 운주사를 찾아 걸으며 석조불감의 모습에서 양쪽으로 갈려 촛불을 드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석조불감 앞쪽에는 칠층석탑이 또 뒤편에 원형다층석탑이 전혀 다른 형식의 탑이 그리 있었습니다. 천불천탑의 영각의 마음을, 오래인 신앙의 우리민족을 추상하였습니다.

후삼국 시대에 사찰의 창건이 전란 속에서 벌판의 별만큼 무수한 사람들이 죽은 원혼을 위로하고자 한 뜻임을⑴ 운주사의 자료들에서 다시금 공부하며, 그 ‘서울이 온다고’한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의⑵ 이해가 우주를 삼켜버린 아시아적인 관조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⑶ 계층의 갈등을 극적대비를 통한 영상으로 국제적인 공감을 구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⑷ 어쩌면 서울이 온다는 약속에 미국에 샌프란시스코가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 저는 버스를 타고 가며 모든 사람들이 전라도 말을 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오늘 이곳에 전라도 집회가 있었나 생각을 하다 버스에서 내린 곳이 화순인 것을 알고 혼자 웃었습니다.

-소묘. 삶이 보는 그림. 소묘. 1f. n1.20200214.

3.
어떤가요? 우리의 생각 속에서 세상은 항시 이상한 거 아닌가요. 세상의 안과 밖은 항시 모순이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전문미술가라면 이상한 세상은 흥미로운 대상이겠지만 모든 사람은 미술가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사람은 ‘요셉 보이스’의 말대로 예술가인지 모릅니다. 자신의 삶터에서 창의적이지 않은 일상은 없으니까요.

저의 ‘장소 특정적 작업’⑸을 보고 미닫이문에 낱말들이 잘못 붙여졌다 감상하는 이웃 동생과 같이 저는 이상한 세상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느끼고 이상하다고 나타내고 싶은 것인지 모릅니다. 능주로 귀촌하고 저의 지난한 삶을 도반으로 위상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용산에서 기차를 타고 능주로 내려오는 삶을 올라오는 삶으로 ‘삶이 보는 그림’이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지요.

후삼국의 전란의 원혼을 사찰을 창건하여 비보하고자 한 도선국사나, 또 그것을 보고 서울이 온다고 한 유홍준의 계급의식 북돋움이나, 또 최근에 극단적인 계층의 대비 영상으로 우리들의 현실이 세계인들의 마음의 위무와 다르지 않다는 확인을 구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나, 커다란 고인돌로 상실의 그리움을 기리려했던 선사인들의 마음 또한 모두 예술이지 않은가 하고요.

글쓴이 | 윤종갑

-주석
1. 최치원 ‘해인사묘길상탑지’ - 한국불교방송 20191201,“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
2.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홍준의 알쓸신명 Best 5 2017.10.6. 유튜브.
3. 우주를 삼켜버리는 아시아적 신체와 - 형태의 탄생. 안그라픽스
4. 2020년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개 부분수상
5. 장소특정적 미술, 화순군 능주면 죽수길 49, 2020년 1월 24일 ~2월 23일;
본 장소 특정적 작업은 제3회 윤종갑 전시회 제2차 온·오프라인 전시 보임새입니다. 또한 본 전시는 제3차 온·오프라인 전시로 2020년 2월 22일 토요일 능주 스튜디오에서 준비하고 있는 오픈스튜디오 전시와 연동하고 있습니다. 제3회 윤종갑 전시회는 온·오프라인, 주체보임새연구전시로 <페이스북 윤종갑> & <다음블로그 종희수>에서 2019년 11월 29일부터 2020년 2월 29일까지 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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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갑
휘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현 능주거주연구 ☏ 0613710107.
페이스북 윤종갑 다음블로그 종희수.jonghees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