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던 시간이 많아 책 속에 파묻혀 지내며 시인을, 소설가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다. 그 문학소년이 법조인으로 성장했으나 부조리와 모순에 찬 현실을 개혁에 나가고자 정치에 뛰어들었다.

4년 전 안락했던 법조인의 생활을 정리한 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현듯 출마하게 된 손금주 의원은,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 등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로 유권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좋지 않은 정치 세력은 그 사회의 분위기까지 좌우한다”며 힘주어 말하는 그는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본지는 그를 화순후원회사무실에서 만났다. 문학도에서 법조인 그리고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과 정치인 손금주가 지향하는 정치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학창 시절, 큰 힘이 됐던 문학
아버지께서 월남전에 참전하시고 외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어머니는 할머니가 계시는 시댁에서 나를 낳으셨다. 그렇게 할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광주에서 장사와 사업을 하셨는데 그때 5.18이 일어났다. 당시 많은 분들이 힘드셨겠지만 우리 집도 여러 피해를 입었다. 부모님께서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5·18 이후로 내 학창시절은 조금 어려웠다. 혼자 지낸 시간이 많아 시를 쓰거나 소설을 많이 읽었다.
돌이켜보면 당시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롤러장을 가고 오토바이를 타거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거나... 힘든 시기여서 불안한 선택의 순간도 많았지만 주위의 조언과 친구들 덕분에 좋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정말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고비마다 잘 선택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부모님의 역할과 좋은 친구들도 역할이 컸다. 특히 할머니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드렸던 간절한 기도가 제일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 국문학도에서 법조인으로
대학교 들어가서 여러 경험을 했다. 내 성향이 삶을 많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편인데 당시에도 그런 바람이 컸다. 여러 경험을 하고 나름대로 방황도 하면서, 종국적으로는 다양한 경험들을 문학으로 표현해낼 만큼의 끈기나 천재성이 내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것을 원했는데, 문학을 하는 것은 제3자적인 관점이어서 그런지 공부의 대상으로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군대를 전역한 후 그런 마음이 더 커졌고, 어떤 식으로든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 영역에 있고 싶었다. 모호하지 않고 옳고 그름이 확실한 것들이 좋았다. 구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역할을 원했다. 내 스스로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그걸 고칠 수 있는 역할이랄까.
그래서 법 공부를 가볍게 시작했는데 정말 쉽게 인식이 됐다.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훨씬 재미있는 학문이었다. 법을 통한 법정에서의 간접적 체험도 삶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법학에 금방 익숙해진 데에는 국문학을 하면서 글 쓰는 연습을 했던 게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다.

◇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
아내와 나는 캠퍼스커플이다. 아내는 91학번으로 국문학과 한 학년 아래였다.
내가 군대 갔다가 제대할 때까지도 기다려줬는데 사법시험 합격할 때까지 기다려줬으니 연애기간만 해도 7년이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법시험에 빨리 붙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에 떨어지면 헤어져야 될 것 같아 장인장모님께 시험에 꼭 붙어서 결혼해야겠다는 식으로 승낙을 받고 결혼 준비까지 했다. 사법시험 2차에 형법을 못 봐서 떨어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합격했다. 인생의 최대위기의 순간을 맞이할 뻔 했는데 잘 넘어간 셈이다. 이런 위기의 순간을 잘 버티게 해준 아내는 내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 판사 시절, 가슴 아픈 판결
법조인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조합 간에 불화가 생겨서 A조합원들이 B조합원들을 집단으로 구타했던 사건이다. 당시에 나는 젊은 판사였는데 내 또래의 피고인이 12명 정도 구속돼 왔다. 그 재판을 방청하려는 방청객 이삼백 명이 뒤에 있었고 어린 아기를 안고 서 있는 방청객들도 있었다.
사건을 판결을 하고 처리했는데 그 재판을 받았던 한 분이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정말 자기들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는 판사라고 생각을 했는데 판결이 너무 가혹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내 또래의 가장인데, 법의 입장에서 보면 유죄니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원칙대로 처리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거다. 본인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 유죄로만 보느냐는 취지였다. 그때 사건으로 판사라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판사가 가장 유념해야 될 것은 사건마다 판결이 달라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판결에선 무죄인데 다른 판결에선 유죄이면 안 된다. 이런 부분들을 끊임없이 주의하려고 노력했다. 법이라는 게 오랜 전통과 관행이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잘 적용하는 것이 직업법관의 역할이다.

◇ 탄핵소추안 초안을 직접 작성하다
20대 국회는 정말 다양한 사건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사건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이었고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과정 속에서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 뭘까’ 고민도 했고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나라다운 나라, 공정과 정의에 대한 열망을 느꼈다. 그걸 실현해 주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탄핵소추위원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금주· 김관영·권성동 의원

◇ 발의한 대표 법안
본 회의를 통과한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우박을 자연재난 대상으로 추가하고, 농작물 피해를 국고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또한 농식품 벤처·창업 지원기관 설치, 농식품 벤처 설립·운영, 역할, 재정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한 「농촌진흥법」 및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법」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발의한 법안은 여러 개지만, 특히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책을 쓰고 싶었는데, 내가 정치적인 담론을 쓸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또한 기왕에 쓰는 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고 싶었다. 물론 내 생각을 얘기하는 책도 의미가 있지만 그런 책들은 이미 정치인들이 너무 많이 써 왔다.
어떤 책을 쓰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화순·나주에 정말 좋은 자연자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우리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에게 소개해 같이 향유할 수 있는 안내서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 이런 책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여행안내서 역할을 하니까 적어도 그냥 쓰레기통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그런데 소개할 특정 장소를 선정하면 소개하지 못한 곳이 또 아쉽고 안타깝고 해서 생각보다 책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 그리고 출판한 후에도 내 고향이고 내 고향 같은 화순의 좋은 곳을 소개하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뜻깊었다. 더불어서 의원으로서 가졌던 생각들도 간단간단하게 언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손금주가 지향하는 정치
처음 나주·화순에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유권자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정치세력이 문제였다. 짧은 기간에도 요소요소에 자기 사람을 심어두고, 그런 것을 조직이라 칭하며 반대되는 사람들을 견제하고 민심을 좌우하려 들었다.
그런 모습들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을 했다. 21세기에, 나주와 화순이라는 호남에서 가장 중심적인 지역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니까. 심지어는 지지 의사 표명하는 데도 귓속말을 하는 등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을 했다. 기성세대의 구태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조금 외롭고 모험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걸 지켜내고 싶다. 군민들과 격의 없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삶은 의미를 찾는 과정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인생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삶의 의미를 찾아서 도전하고, 약속한 것에 대해 책임지려고 노력한다. 어찌 보면 그런 생각 때문에 문학을 하다가 사법시험을 보게 됐을 수도 있고, 판사생활을 하다가 전관예우도 받지 않는 변호사가 된 삶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런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정치인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쨌든 삶의 의미를 계속 찾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최대한 내가 하고 싶었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정치인의 최대 장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돕는 게 직업 그 자체라는 점이다. 제도를 바꿔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니까. 그런 측면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역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정치에 입문한 후 국회의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지자체장의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서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고,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개개인의 이권에 대해선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런 점 때문에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정에 얽매여 원칙을 저버리는 것은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선택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런 원칙은 지키려고 한다.
현재 화순은 의료산업이나 백신산업이 본궤도에 들어서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지하철 연장 문제 등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논의할 시점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에 좀 더 집중하고 이러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과거처럼 조직 및 금권이나 권력에 의해서 군민들의 의사가 변형되거나 눈치를 보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군민들이 주인인 정치로 변해야 하고 젊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최소화시키는 정치 혁을 해내고 싶다.
또한, 군민들께서 처음 ‘손금주’라는 사람이 남잔지 여잔지도 모르면서도 기대를 가지고 뽑아주셨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고 싶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고 4년 뛰어다녔지만 기대한 만큼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항상 화순군민 한 분 한 분에게 빚진 마음을 갚아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국회도서관 앞 광장에서, 화순군 명품 복숭아 직거래장터를 개최한 손금주 의원이 복숭아연합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