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이 온전하게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그 대상을 개인에서 부부로 확대한다면 더욱 더 드문 경우가 된다.

김점희 화순 아이샘터 어린이집 원장과 고병규 자율방범연합회장 부부는, 그 어려운 일을 약 20여 년간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착실하게 해내어왔다. 부부로서 서로를 도우며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중인 그들을 직접 만나 보육과 방범에 대한 진심을 들어봤다.

◇ 각자의 소개
김 원장 : 화순에 이미 훌륭한 어린이집이 너무 많지만, 우리 화순 아이샘터 어린이집만의 특징을 꼽자면 일단 교육과정의 측면에선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따라 ‘놀이중심’으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도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놀이와 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 과정의 핵심은 결국 좋은 인성과 의사소통, 창의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 이외에도 우리 원만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도시락 및 식기류를 원내 소독 및 관리하고 만 3세에서 만 5세까지 특별활동비 지원이다. 오후 4시부터 9시 30분까지 연장보육도 실시하고 있다. 20여년간, 부족하지만 나름 화순 보육의 한축을 책임져 왔다고 생각한다.

고 회장 : 우리 자율방범연합회는 12개 읍면에 13개 방범대 350여명의 대원들이 관내 각종 행사 시 교통질서 유지, 청소년 탈선방지 선도 활동, 헌혈 등 범죄예방과 봉사활동에 참여해 오고 있다. 따로 경제적인 반대급부가 지급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원들이 사비를 들여서 활동을 하고 있다. 각기 생업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및 군민 안녕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 국공립어린이집 선정
김 원장 : 국공립어린이집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확충되고 있다. 이번에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선정되면서 환경을 비롯하여 교직원, 아이들이 하루종일 가지고 노는 교구, 먹거리 등이 지금과는 다르게 바뀐다. 화순군의 모든 아이들에게 이러한 지원의 기회가 주어지질 바라며, 곧 함께할 아이들 맞이 준비와 신학기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시작의 계기
김 원장 : 나는 뭐 다른 이유 없다. 아이들이 그냥 너무 좋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학교를 졸업하고 쭈욱 이 일만 해왔다. 처음엔 서울에서 지내다가 이분 따라서 화순까지 내려왔다. 그게 벌써 20년이다.

고 회장 : 내가 연합회에 활동한 계기는, 당시에 하던 일이 잘 안돼서 화순으로 내려왔는데 (김 원장 : 아니 굳이 그런 얘기까지!) 시작의 특별한 계기는 없다. 처음에는 지역사회에 봉사활동 해보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다. 활동하다보니까 지역사회에 봉사도 하고 나름 뜻깊더라. 특히 안사람이 아이들에 관한 일을 하잖나. 그런데 방범연합회 일도,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안전과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니 더욱 애착이 갔다. 어린이집 일은 나도 같이 도와서 했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더 대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김 원장 : 이분은 원래 매사 밖에서 자기가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내 남편이지만 존경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가끔가다 술 먹고 들어올 때는 화도 나지만... 근데 그런 거는 뭐, 늘상... (웃음)

◇ 운영의 어려움
김 원장 : 어린이집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뭐..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당장에 이번 국공립 준비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2년을 준비했는데 작년 상반기의 1차 모집에선 떨어져서 포기하고 싶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금전적인 부분과 시간에서 굉장히 많이 투자를 했었는데, 여기 우리 남편 흰머리 되게 많지 않나. 이게 전부 당시 반년 동안 전부 생긴 거다. 그 정도로 그 과정이 힘들었다. 그땐 남편도 포기할까 해서 두달 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고 회장 : 아니 굳이 그런 얘기까지...) 그래도 운영위원회 어머니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남편도 바깥 업무를 많이 봐줘서 결국 2차에서 선정될 수 있었다.

고 회장 : 나도 최근 힘들었던 것은 주로 어린이집 일이지. 우리 연합회에선 어렵다기보단 좀 아쉬운 점은 활동 연령층들이 아쉽다. 내가 처음 활동하던 과거에는 보통 30대를 주축으로 형성이 돼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40대 중후반 정도로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 그런 부분들이 아쉽다. 지역의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활동을 하면 좋은데, 현재는 시대적 흐름과 성향이 약간 개인주의랄까, 그런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대원들 연령층이 너무 높아져서 그런 부분들은 좀 아쉽다고 본다.

◇ 화순의 특수성
김 원장 : 화순군은 친환경 식재료를 군에서 지원을 해주신다. 먹거리의 신선도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다. 또한 지역사회 내 여러 기관과의 연계학습과 숲체험 등이 우리 화순군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군에서도 다양한 교육 및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회장 : 연합회 입장에선, 우리는 처음에 들어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2만원씩 자비로 활동을 한다. 따로 지원이 되는 게 아니라 한달에 2만원씩 내서 식사비 경비처리하고 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주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어서 그런 근무환경에 대해선 최상이라고 본다.

◇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
고 회장 : 안사람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이들을 사랑하면 더 주고 싶기 마련이다. 바라는 것 없이 그런 마음 뿐인데, 아이들에게 주지 못할 땐 마음이 아프다.

김 원장 :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않나. 부모가 자식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을 때의 마음을 기자님은 아시나. 나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는 시간들이 너무 힘들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용케 오기는 왔다. 정말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버티고 온 거다. 힘들 때마다 ‘그냥 전부 관둘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원생 중에 ‘도하’라는 꼬마가 있다. 그 아이가 걸음마 막 떼고 들어왔는데, 당시엔 키가 작아서 농구대에 손이 안닿으니까, 그 꼬마가 사무실 문을 열고 자기 좀 닿게 해달라고 들어온 거다(웃음). 아이와 그 순간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 내가 너 보고 힘내야지’하는 마음에 또 나 자신을 다잡았다. 그런 순간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
오늘같이 힘든 날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하필 기자님이셔서 더 아이들이 보고 싶다. 오해하지 마시라. 인터뷰가 처음이라 긴장이 돼서 그렇다. 그러고보면 참, 꼬마 도하가 문을 열고 들어온 곳은, 내 마음일까, 우리 사무실일까? 궁금한 김에 이번엔 내가 도하의 교실 문을 열고 찾아가야 할 것 같다. 바로 윗층이고, 나는 농구대에 손도 닿으니까(웃음).

"얘들아 정면 좀!", 김율하(좌) 김도하(우) 남매와 김점희 원장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