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양은 지난 11월 28일 충주서 개최한 2020년 유스 및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여자 유스 -60kg 체급의 1위에 입상하며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지난 4월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초롱·임애지·선수진 선수에 이어 복싱 인프라가 활발하게 구축돼 있는 화순군에 또다른 유망주가 등장한 셈이다.

이에 본지는 10대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와 순수함, 동시에 10대 답지 않은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무장한 전남기술과학고등학교 1학년, 김민진 양을 만나 복싱에 관한 그의 생각과 열정을 들어보았다.

◇ 운동 시작의 계기
중학교 2학년 말부터 아버지를 따라 취미로 시작했어요. 주변인들과 가르쳐주시는 분들의 권유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광주에서 시작했다가 이쪽으로 왔습니다. 본격적이고 공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이번 년도 부터에요.

◇ 복싱의 매력
주먹을 뻗을 때 자세가 멋있는 것 같아요. 다 같이 운동할 땐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끝나고는 다 같이 챙겨주면서 마무리하고 이런 단합된 모습들도 좋은 것 같구요.
그런데 사실, 처음엔 주먹이 무서웠어요. 맨날 주먹 들어오는 게 보이는데 눈을 감고 맞기도 했어요. 그래서 왜 눈을 감냐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계속 맞다 보면 왜 나는 맞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맞은 만큼 때려야지 이러면서 때리고.. 맞아도 같이 때려야지 이러고. 그러다가 점점 적응이 돼서 주먹이 무섭지 않게 됐어요.

◇ 대회에서 느낀 점
초반엔 생활체육으로 하면서 발목 부상을 입었어요. 그래서 쉬다가 이번에 처음 출전한 거예요. 중학교 때 도 출전하긴 했는데 상대가 없어서 못하고 정식으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합 날 첫 경기에선 이길 수 있을까 지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선배들, 언니들이 스파링도 많이 해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걱정 반, 이길 수 있겠지 반... 그런 생각으로 경기를 했죠.
또, 제가 이번 대회는 이를 악물고 했어요. 왜냐면 지금까지 전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발목을 다쳐도 계속 참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참고했는데 끝에 아무것도 없으면 그게 좀 허탈하다 해야 할까요, 정말 슬플 것 같아서요. ‘이렇게 까지 했는데 탈락하면 말이 안 돼’, 이러면서 ‘무조건 이길 거야’ 하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한 것도 있어요. 또 관장님이랑 아빠가 발목은 괜찮냐, 힘들진 않냐, 힘들면 말해라 이런 식으로 계속 격려해주시니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내가 더 힘내서 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관장님이 힘드냐 물어봐도 ‘아니요 저는 더 할 수 있어요’ 이런 의지로 했어요. 제가 승부욕이 많이 쎄서요.



◇ 우승 소감
일단 이겨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시합 도중엔 발목이 아팠던 것 때문에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관장님, 사범님이나 언니들이 계속 챙겨주면서 발목 맞춰줘서 되게 감사했고 이긴 것도 기분이 좋았어요. 도와주셨던 언니 선배 오빠들이랑 친구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실 제가 국가대표가 발탁됐다니까 뭔가 잘 실감이 안 나요. 동계훈련이 1월에 있는데 그때 되면 좀 실감이 날 것 같아요.

◇ 복싱 인프라가 갖춰진 화순
화순이 여자 복싱 국가대표 육성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임애지 언니랑 선수진 언니라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언니들이 계시거든요. 그리고 맨 처음 생활체육 대회를 나갔을 때 어떤 분께서 복싱을 하려면 화순으로 가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두고두고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하려면 화순을 오려면 괜찮겠다 싶어서 왔어요. 화순의 복싱 인프라가 괜찮거든요. 지금 여자 국가대표 여자들이 대부분 여기 출신이에요. 왜냐면 우리 여자 코치님이 최초의 여자 사범이거든요. 여자 코치님이 여자 선수들을 아무래도 남자 코치보다 더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챙겨주시는 것도 있고... 또 관장님과 좋은 선배들이 많아요. 그런 영향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본인만의 강점
저는 체력적인 면이 좋아요. 그래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도 웬만하면 앉지 않아요. 쉬는 시간에도 앉지 않고 서서 스트레칭을 하죠. 그런 식으로 스트레칭도 자주 해주고 아픈 데 있으면 마사지도 자주 해줘요. 뻗는 쨉을 잘하기도 하구요. 또, 하려는 의지력도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시합 중이나 스파링 중에도 뒤통수는 원래 때리면 안 돼요. 뒤통수가 급소니까요. 제대로 맞으면 막 하얘지고 하루종일 머리가 어지러워서 진통제를 먹어야할 정도에요. 그런데 스파링 도중에 상대방 실수로. 계속 맞게 된 거예요. 그래서 주위에서 그만하라고 헤드기어를 벗겨줬는데, 그때가 대회기간이었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한 5,6 라운드를 더 했어요. 대회를 이기기 위해서요. 대회 도중엔 관장님이 쉬라고 해도 계속 나왔어요. 발목 때문에 병원 갈 때 빼고는 매일...



◇ 가족들의 반응
아버지는 처음에 추천을 해주셨기 때문에 좋아하세요. 오빠는 주로 공부를 많이 해와서 저를 정말 대단하게 여기고 배우고 싶어해요. 엄마는 응원을 해주지만 뒤에서 아버지랑 걱정을 많이 하세요. 복싱이 아무래도 많이 맞잖아요. 멍들고 온 적도 있어서 걱정하시면서 제 몸이 우선이다는 식으로 항상 말해주세요, 아빠도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하지만 속으로는 되게 걱정을 많이 하시고 계세요.

◇ 운동의 어려움
운동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복싱이란 게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요. 쨉도 그냥 쨉이 있는 게 아니라 강약조절도 해야 하고 어퍼 같은 것도 다 때리는 게 다르고 각도도 맞아야 하니까요. 시합을 하다 보면 자세가 완벽한 게 아니라 약간 틀어진 상태에서 나오기도 해야 하구요. 하다 보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부상당하면 또 힘들잖아요. 운동은 계속해야 하는데 부상 당하면 힘들죠.

◇ 운동과 공부의 병행
제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도 과에서 전교 1등이거든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체크하란 거 체크하고 노트정리하고 정리한 거 싹 다 외워요.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오빠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빠와 제가 엄청 친해요. 그래서 오빠가 공부를 다 가르쳐줬었어요.
또 저희 엄마가 저랑 같은 경영과를 나오셨어요. 아빠도 공부르 잘하셔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면 다른 애들보다 집에서 잘 가르쳐주실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가족들, 부모님, 오빠, 또... 관장님 사범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맨날 힘들다고 그랬는데 할 수 있다고 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언니들, 힘들 때 격려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저랑 스파링 해준 중학생 애들도 고맙습니다. 저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운동할 때만큼은 경력이 높은 사람이 선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랑 스파링 해준 아이들도 고마워요. 또 저희가 광주체고랑 훈련을 하면서 제가 가르쳐달라고 해서 잘 가르쳐주신 분이 계신데, 사실 성함을 모르겠어요. 운동하고 대화할 시간 없이 딱 준비하고 씻고 가게 돼서요. 잘 모르지만 그분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황정안이라고 친구가 있는데 운동하면서 챙겨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조미현 언니, 정해든 언니. 애지 언니랑 수진 언니랑 저 잘 챙겨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저는 음.. 같이 운동하는 언니들이 너무 대단하신 언니들이어서 보면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워요. 만약에 저도 여자 후배들이 들어온다면 후배들에게 그런 선수, 그런 선배, 그런 언니가 되고 싶어요. 힘들 때 잘 도와주고 싶어요. 운동 힘든 거 궁금한 거 저는 맨날 물어보거든요. ‘훅은 어떻게 때려요’ ‘어떤 상황에서 때려요’ 하면 ‘왼손잡이한테는 이 기술이 좋다’ 이런 식으로 다 가르쳐줘요. 나중에 누군가 힘들어하면 격려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런 선수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