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구도심의 송정중학교가 불과 1km 떨어진 신도심의 아파트 단지 내에 신설될 마곡2중학교 때문에 폐교될 위기에 처하자 그 학교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반대 운동을 일으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송정중학교는 9년간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해 와서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 신설될 마곡지구 아파트 주민들은 혁신학교를 반대하고 ‘일반학교’로 개교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2016년 12월에 마곡2중 신설계획은 송정중을 포함한 3개 학교의 통폐합을 조건으로 ‘중앙투융자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으므로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화순읍에서도 관내 초·중학교의 ‘학교 규모 거대화’와 ‘학급 과밀화’, ‘학교 설립 위치 편중’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심하다. 초등학교의 경우, 읍내 북부지역 3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5.0명으로서 OECD 평균(21.3명)은 물론이고, 전국 평균(22.3명)에 비추어 보더라도 꽤 많은 편이다. ‘학교당 평균 학급 수’는 29.3개로서 거대 학교에 해당된다. 또한 화순읍 북부지역에 3개 초등학교가 몰려 있는 반면 남부지역에는 학교가 없어 부모들이 자녀 통학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읍내 소재 2개 중학교들의 ‘학급당 학생 수’는 26.6명으로서 OECD 평균(22.9명)은 물론이요, 전남 평균 (23.8명)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밀화 현상은 여전하다. ‘학교당 학급 수’(화순중 : 23학급, 제일중 : 21학급)에 있어서도 (화순읍을 ‘도시 주변부’로 간주하면 18학급)에 비추어 볼 때는 여전히 거대 학교에 해당된다. 또한 화순읍 남부지역에 2개 중학교가 몰려 있는 반면 북부지역에는 학교가 없어 심지어 통학을 위해 일부러 학원에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집 가까운 학교에서 안정된 면학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각급 학교를 적절한 곳에 적정 규모로 설립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교사들도 ‘익명성’ 때문에 학습지도나 생활지도가 어려우므로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이 용이하도록 학교를 ‘작은 학교, 적은 학급’으로 만들어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제일중학교를 읍내 북부지역으로 이전하고, 그 터에 초등학교를 신설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교육 당국에서는 그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교가 적정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면,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이 어렵고 재정 비효율성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과 ‘거점고등학교 설립 정책’을 강행하면서 교육 주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외면해 왔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행 교육부의 ‘학교 신설 원칙’은 신설 대상 학교의 여건 차이(도시지역, 도시 주변지역, 농어촌지역)를 무시하고, 초등학교 36학급 이상, 중․고등학교 24학급 이상 규모 이상이고(부지매입비 지자체 50% 부담 의무) ‘초․중․고통합운영학교’나 ‘복합화기능(시설 주민 공동 활용)’을 수행할 수 있거나 소규모 학교 3곳을 통․폐합할 경우에 만 1개교를 신설을 허용하는 것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이설’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전혀 예산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1개교를 신설하는데 최소 300억 이상(부지매입비 포함)이 소요되는데, 예산이 100억 이상 소요될 경우, ‘교육부의 중앙투융자심사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되어 있는 바, 위원회는 앞에서 말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학교 신설이나 이설을 절대로 승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는 학교를 지을 때 학생들이 사는 집에서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 안정된 학습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적정 규모로 설립해야 한다. 현행 교육 관계 법령 상 ‘학교 설립 위치(통학 거리 제한 등)’나 ‘학교 규모 상한선 제한’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국가가 학생들에게 통학 시간이 사회 통념상 지나치게 많이 걸리는 곳에 다니라고 한다거나, ‘도떼기시장’ 같은 거대 학교나 ‘콩나물 교실’에 몰아넣는 행위는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그동안 국가의 차별로 불편을 감수해 왔거나 오늘날에도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학생 및 학부모들의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화순 군민들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자녀들을 인근 광주로 유학 보내야 할지,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그냥 지역 학교에 보낼지 고민해야 한단 말인가? ‘내고장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일말의 의무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화순-광주 간 고교 공동 지원제’를 열망하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심정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최근에는 학교 신설에 대한 기대를 접고, 차선책으로 “‘화순제일중학교’와 ‘제일초등학교’를 맞교환 이설하자”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이설’의 경우 교육부 예산 지원은 전혀 없고, 지자체가 자체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중앙투융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한다.

필자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정부가 ‘지방분권정책’ 추진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신설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의치 않다면, 교육부가 기왕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철회하고,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학교 신설 및 이설 승인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것도 안 된다면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생활SOC 사업계획’을 수정하여 그 속에 ‘초중학교 터 이전 및 노후 교사(校舍) 재건축’ 항목을 삽입해 달라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어떤 식으로든 촛불 정부가 헌법 정신을 망각한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만 집착하여 교육을 망친 보수 적폐 정권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헌법 정신에 입각한 ‘기회균등주의 교육논리’에 투철한 교육을 살리는 정부로 떨쳐나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교육부는 전라남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문제 해결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2019.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