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월경 국회사무처에 ‘장사 방식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요청’에 대한 진정을 낸 바 있다.

이 진정 건이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시대적 흐름과 중요성을 인식한 모양인 지 지난 1월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송부됐다는 회신을 받아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이 같은 진정을 내게 된 이유는 우리 화순지역만 보더라도 고속도로변, 국도, 지방도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연부락, 들고나는 길 주변의 땅까지 온통 묘지로 변모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논과 밭, 산들이 장사 방식의 하나인 묘지 조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벌거숭이처럼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에 절로 탄식만 세어 나온다.

만약 이 추세로 묘지 조성이 계속 진행된다면 화순군의 온 땅들이 후대에는 도저히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잠식되어 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살기좋은 고장 화순군은 행정구역상 1개읍 12개면 188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인구는 약 2만 9천 세대 중 6만 4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관내에는 또 각 문중의 성씨의 제각, 제실, 영모당 등 조상을 기릴 수 있는 수 백 년 된 한옥만 212채나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일부 문중의 제각이나 제실 등은 문화재적 가치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도 있으며, 또 어떤 곳은 수 십 억원을 들여 화려하게 건립돼 문중의 세를 유감없이 과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중 후손들의 무관심이나 관리소홀 등으로 심하게 훼손되어 향후 보존하는 데에도 큰 위협을 받고 있어 조속한 보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화순지역에 조성되어 있는 제각 현황을 보면 화순읍 16%, 도암면 12%, 한천면(영외 포함) 10.30%, 동복면 10%, 춘양면 8%, 남면 7.2%, 북면 7%, 청풍면 6%, 이양면 6%, 능주면 5%, 동면 4.80%, 도곡면 4.70%, 이서면 3% 등으로 각각 분포되어 있다.

이 처럼 제각들이 조성된 것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보존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한 몫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에서 그동안 권장하고 지원해 온 ‘자연장’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

화장 후 유골을 수목 또는 잔디나 화초 등에 묻어주는 장사 방법 중 하나인 ‘자연장’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 취지와는 달리 그 주변에 대리석 등으로 표지석을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표지석들은 화순지역의 소중한 논과 밭을 덮어 사용을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 토양도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설령 후손이 절손되더라도 이미 조성된 석조물들로 인해 또 다른 장묘문화가 도래하더라도 앞으로 400~500년 정도 밖에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나라가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후로 묘지 및 납골당이 전국 곳곳에 조성돼 최악의 국토훼손 문제가 발생하고, 영원히 복구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우려도 있다.

아울러 현 장사 방식이 지속된다면 논이나 밭의 잠식으로 인한 작물 생산의 감소도 이어질 것이다.

현재 쌀은 2ℓ에 약 4천 원 정도에 그치나 식용 콩의 경우 1천5천원을 받아 호가하고 있으며, 그 외 수많은 밭작물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이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정부에서 농가에게 밭작물을 심으라고 아무리 권장해도 대체할 수 있는 면적은 겨우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 인류의 소중한 식량이 될 잡곡 및 기타 작물의 자급율이 20% 미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묘지나 납골당 조성과 표지석 설치에 대해 한번 고민을 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下> ‘장사방식 개선을 위한 대안과 과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