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4학년이 되면서 집에 와서는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은 날로 떨어졌다. 공부를 가르쳐 주었던 가족들은 떠나고, 혼자서 공부하는 법을 알지 못했었다. 이 전에 받았던 칭찬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좀 우울한 생활이 지속되었다.

하루는 화단 청소를 하는데 어느 선생님이 내 머리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앞뒤 꼭지가 튀어나와 꼭 도치(도끼) 같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남의 말에 얽매여 살 필요는 없고,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게 나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주눅이 들어있던 때라 그 말이 마음에 상처로 남아 더욱 자기비하로 괴로워했다.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사랑의 말이나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던가, 그 말 한마디가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 여부에 따라 삶이 좌우되는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모두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 근본적인 선(善)의지, 본연의 지혜와 자비를 지니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려는 선함,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자비를 지니고 있다.

남을 얕잡아보거나 질투나 시기를 한 것은 개인의 욕망으로 인하여 마음이 어두워졌기 때문일 것이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인을 하는 경우는 다른 사악한 것-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의 사주(使嗾)를 받아 그런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기적인 사람이나 이타적인 사람을 흑백논리로 판단하여 좋고 나쁘고를 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기적 행동이나 이타적 행동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좀 세련되지 못한 것뿐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타인의 사랑이나 욕함에 크게 좌우되지 아니할 때도 되었다. 서운하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똑같이 응대한다면 그 사람보다 더 나을 게 없다.

우리는 마치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아가지만 언젠가 나그네처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살고 싶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가 긍휼함을 받을 것이요.”라는 말도 있다.

함께 살아가는 그들이 진정 누구인지를 내면 깊이 볼 수 있도록 가슴과 마음을 넓게 열고 싶다. 그들 안에 선함과 불성(佛性)이 있음을 보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