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을 가서 생긴 일인데 한 친구가 화를 내며 왜 자기를 무시하느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여행 도중에 해야 할 일들을 결정하는데 자기 의견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있었던 후 그 친구는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관계가 소원해지는 이러한 일들이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문화원이나 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가 그 집단에서 떠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서로 간의 불화 때문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내가 좋으면 모두 다 좋다.”라고 하는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세상은 거울과 같아서 “내가 먼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약한 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자도 있고, 나의 친절이나 기쁨이 바로 이웃의 기쁨이 될 수 없다.

독을 지니고 있는 뱀과 장어는 다르듯이 사람도 사람 나름이다. 범사유인정(凡事留人情)이라 모두에게 친절해야겠지만 첫인상부터 직관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파장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가 어떠한 성격을 지닌 사람인가 알게 되면 그에 알맞은 상호 간의 거리를 인식하고, 만남의 시간도 가능하면 조절하는 게 낫다.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그 상처가 오래 지속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한 고통을 초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또 너를 송사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갖도록 하라.”는 말은 남이 하고자 하는 대로 다 따르라는 뜻보다는 악한 자를 대적(對敵)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철학자 묵자는 “소인과 교제할 때는 신중하라. 군자의 미움을 살지언정 소인의 미움을 사지 말라. 소인을 대처하고 피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각자의 인생관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가르칠 수 없다. 사람을 널리 사귀지 못하여 외로울수록,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도 필요하다. 외로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인간관계를 가져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