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화순에 대한 경전의 의미

저는 화순和順에서 태어난 것을 항상 자랑으로 여깁니다. 산수가 좋고 인심이 좋으며 도덕적 삶을 실천하는 선비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동양고전에는 “화순” 대한 문구들이 보이는데, ‘화순’은 ‘화和’자와 ‘순順’자의 합성어이며, 동양고전에 나와 있는 의미들은 깊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먼저 중용1장에 “희로애락지미발을 위지중이요 발이개중절을 위지화”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해석하면,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정이 아직 나타나지 아니한 상태를 중 이라 하고, 나타나 모두 절도에 알맞게 된 상태를 화라 합니다. 여기에서 ‘중’과 ‘화’는 무슨 뜻일까요?

인간의 정은 성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성과 정은 모두 마음속에 존재 하는데, 희로애락의 정이 정으로 구체화되기 이전의 상태는 당연히 성이라고 해야 하는데 중이라고 한 까닭은 성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서의 성은 인·의·예·지인 사덕을 말 하는 것으로, 맹자가 말한 ‘사람의 마음은 본래 착하다’고 하는 ‘성선설’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본성에 대해서 주자의 역주에서는 “건순 오상지덕”(성백효,『대학·중용집주』p60)이라했는데, 오상은 인·의·예·지·신의 오덕을 가리키며, 건은 양의덕을 말하고, 순은 음의덕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이 중용에서 ‘화’자는 ‘희로애락’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나타날 때 모두 다 절도에 맞게 발휘 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순’자는 오상의덕이 음덕으로써 도리에 순종함을 ‘순’이라고 하니 이는 사람이 타고난 본성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그 뜻이 크고 깊다고 하겠습니까. 이런 까닭에 ‘화순’이 바로 도덕적 삶을 실천하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이름 한 것입니다.

하나 더 ‘화순’에 대한 경전의 사례를 들겠습니다.『주역』「설괘전」에서는 “화순어도덕이리어의”라는 말이 있는데, 풀이하면 ‘온화하고 양순하게 도덕을 따르고 의리에 적합한 질서를 수립 한다’(김인환, 고려대학교교수, 『주역』2006, P563)고 하였으며, 주자주에서는 “화순”은 ‘종용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리는 바가 없는 것이니 통틀어 말한 것이다(화순종용무소괴역통언지야,『주역』성백효 주자주, p601)고 하였습니다. 이상의 경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화순”이라는 어의를 미루어 볼 때 “화순을 도덕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덕적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오늘날 과학문명이 발달한 물질문명의 사회에서 욕심을 버리고 참다운 삶의 방식을 회복하여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의 제1장에 “대학지도재명명덕大學之道 在明明德 ” 이라 했습니다. 즉 ‘큰 학문의 길은 밝았던 덕을 밝히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밝았던 덕(명덕)이란 원래 타고난 착한 ‘본성’을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타고난 착한 본성대로 도덕적인 지도자상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2. 도덕성을 추구한 지도자의 삶이란?

오늘날의 사회는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사회 지도층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도자(위정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다는 것은 좋은 정치, 좋은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사회가 왜 위기에 빠졌는가?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욕심과 관능적 쾌락만을 알고 도덕성의 숭고한 정신가치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국가가 서로 무력을 바탕으로 아귀다툼의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중심주의적인 이기심으로 인해 타인을 배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풍요로운 물질생활을 누리기 위해 서양의 외형적 물질문화와 과학기술을 중시하여 왔으나, 그 반작용으로 동양의 정신 가치와 도덕 윤리를 망각하고 소홀히 한 처사는 큰 잘못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서방의 근대에 성립된 개인주의적 삶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동양적 삶의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상이 어둡고 어지러울 때면 사람들은 변화를 이끌 리더(leader)를 간절히 원한다. 『논어』에서는 주로 군자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서방의 리더는 주로 권력의 행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있음에 반하여, 『논어』의 군자상에서는 많은 사람을 한 덩어리로 덕화 시키는데 있다. 이점은 바로 동양의 휴머니즘(humanism)과 서양의 휴머니즘(humanism)이 크게 다른 점인 동시에 동양과 서양의 정치철학의 기본적인 차이점이기도 하다(장기근서울대교수,『유교와 도덕정치』, 서울 도서출판 서원 1999, )

『논어』의 군자상에서는 어디까지나 인정을 기반으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비폭력, 즉 평화적인 정치이상의 구현을 도덕적 리더에 담고 있다. 따라서 인정은 바로 이러한 정치이상의 구현을 위한 행동원리로써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인정仁政의 구현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수기이안백성脩己以安百姓이다. 수기이안백성은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와 같은 뜻이다. 즉 자기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안이 가지런한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 즉 전 세계 인류의 안락과 행복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 어느 정치사회를 막론하고 정치지도자의 규범 인식과 행위양식은 해당 시기뿐만 아니라, 다음 시기의 정치적 안정과 통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지도자는 인간으로서 가장 소중한 인심의 가치를 추구하여, 오늘날 물질적 삶에서 정신적인 삶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위정자의 중요성을 왜 자주 강조했을까? 공자는 자신이 살던 시대를 혼란으로 보았다. 2500여년이 지난 오늘날 21세기도 마찬가지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만큼 인간이 착한 본성과 도덕성을 상실하고, 정치가 악덕논리에 의존함으로써 오늘의 인류는 위기에 처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장기근, 1999 『유교와 도덕정차』, 서울: 도서출판 서원.)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 우리는 동양의 정신문화를 높이고 인간의 숭고한 본성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성에 대해서 공자는 “인간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에 의해서 서로가 멀어 진다.(자왈성상근야 습상원야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논어』양화2)”고 하셨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도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태어났음을 지적한 것으로서 이것은 후에 맹자가 “인간은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맹자』, 고자장구 하)” 고 말한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의 내용은 인·의·예·지의 사덕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이 네 마음은 선한 것이어서 불선은 타고난 재질의 죄가 아니며, 다만 사람들의 불선은 물욕에 빠져서 생겨날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어진마음이란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의 현대적 개념은 곧 사랑이며 사회윤리다. 그러므로 자신을 닦아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학문의 큰 목적이고 인정의 전제이기도 한 것이다.

3. 도덕적인 지도자상을 항상 추구하는 화순

여기서 도덕적인 지도자란 그들이 함유하고 있는 도덕성을 말한다. 특히 유학에서는 사회지도자의 도덕성을 강조한다. 정치하는 사람이 덕으로써 사람을 감화시키는 것을 덕치라고 한다. 오늘날 정치지도자란, 유학에서는 군자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군자는 ①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 ② 덕이 있는 사람 ③ 순수한 사람 ④ 학문하는 사람 등으로 쓰인다. 공자는 “위정자가 다스림을 덕으로써 하면,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으되, 여러 별들이 공수拱手하고 따르는 것과 같다”(『논어』「위정편1」)는 말로 정치의 요체를 비유하셨다. 정치하는 사람이 덕으로 정치를 하여 모든 백성을 자기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모든 백성은 그 정책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를 따를 것이다. 북극성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지만 뭇 별들이 그 북극성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위정자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이러한 위정자를 찾기가 어렵다.
이는 위정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서로 사랑하고 협동해야 하는 ‘한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고 협동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육체적인 삶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정신적인 삶이란 몸보다 마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논어』에서 위정자는 주로 군자‧정치지도자를 이른다. 군자는 자기를 수양하고 모든 사람을 안락하게 해준다. 즉 자신의 학문과 덕행을 수양하여 사람들을 잘 살게 해주는 인격자가 곧 군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정에 의한 정치지도자의 덕목이다. 본성에서 말한 사덕 즉 인의예지가 지도자의 자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에 의한 인정이 그 정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은 현대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군자가 반드시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도자는 반드시 군자의 내면적 본질인 어진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현대인의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며, 국가의 안정과 신뢰사회 구축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으로 어진 정치를 하여 백성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수신이 근본이며, 자신의 본분과 제 역할을 충실히 하여야 한다. 공자는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 때 “임금이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가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가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이 자식다워야 한다(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논어』「안연편12」)”고 하셨다. 임금이 임금다워야 인정과 덕치가 발전한다는 정명사상을 중시한 것이다. 정명사상正名思想은 정치적으로는 덕치의 방법론인 예치를 가능케 하기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이며, 사회적으로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명분을 확립함으로써 그를 가능케 하려는 정책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윤현 선생 프로필

- 한국방송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 한국방송대 대학원 행정학과(석사)졸업

-(현)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 박사과정

- 국가보훈처 춘천보훈지청장

- 국가보훈천 보훈심사위원.

- 대통령표창 . 홍조근정훈장

- 한자실려급수 사범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