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望鄕)

박화목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
그 어느 산 모통길에
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

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넘고
먼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련가
나의 사랑은 그 어디멘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렴아 그대여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 일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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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이 돌아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망향’.

채동선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도 유명한 이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있는 ‘님’을 그리는 마음을 조금도 억지스럽지 않게,
그러면서도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게 소박한 시어로 함축한 박화목시인.

이 시는 60년대 초 정부가 가난한 문인들에게 불하한 불광동 문화촌에서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는 시인의 정갈하고 고운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유독 맥주를 좋아해 술을 한 잔 하는 날이면, 고향 해주와 젊은 날 떠돌던 하얼빈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는 박화목시인.

특히 마음에 표현할 수 없는 찡한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연(聯)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 일레라‘

시인은 가도 시는 남는다.

박화목 (朴和穆, 1924.2.15.~2005.7.9)

아동문학가 겸 시인.
호는 은종(銀鐘). 황해도 황주(黃州)에서 태어나, 평양신학교와 만주 봉천 동북신학교를 거쳐, 한신대학교 선교신학대학원을 졸업,

1941년 어린이 잡지 《아이생활》에 동시 〈피라미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그 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구원과 동심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한 몫을 하였으며 가곡〈보리밭〉과 동요 〈과수원길〉의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1957년 첫 시집 《초롱불》을 출간한 이래 모두 16권 시집·동시집을 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