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신문=강병석 기자] 전남 화순군의 '추억의 능주 관광자원화 사업'이 예산과 절차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예산은 2배 가까이 폭증했다. 반면 핵심 콘텐츠는 대거 축소되거나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십억 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된 배경을 묻는 질의에 대해, 자세한 설명보다는 "직접 방문하라"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0억 계획이 90억으로…핵심 콘텐츠 ‘백지화’
화순군은 지석천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활용해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9년부터 '추억의 능주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2년 당시 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 50억 원을 투입해 조광조 벽화 타일, 뚜벅이 쉼터, 정율성 공원, 그리고 지석천을 가로지르는 길이 120m 규모의 보도교(출렁다리)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2025년 현재, 최종 투입된 예산은 당초 계획의 두 배에 육박하는 총 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산은 40억 원이나 늘어났지만,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다채로운 관광 콘텐츠는 축소됐다. 취재 결과, 당초 계획했던 조광조 벽화 타일이나 정율성 공원 등 역사·문화적 스토리를 담은 시설물들은 국가하천 점용 허가 등의 행정적 난관에 부딪혀 백지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남은 것은 '출렁다리' 하나뿐이며, 나머지는 일반적인 전망 쉼터와 잔디블록 광장으로 대체되었다.

이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화순군이 해당 부지의 하천 점용 가능 여부나 환경적 제약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았다는 방증이다. 50억 원짜리 사업이 90억 원으로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타당성 재검토나 주민 공청회 등 투명한 절차가 선행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절반 넘게 바뀌었는데 협의는 없었다…의회가 찍은 ‘절차 구멍’
이미 지난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화순군의회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화순군의회 김지숙 의원은 "사업비의 절반이 넘는 사안이 변경되었음에도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꼬집은 바 있다. 또한 정연지 의원 역시 전망 쉼터 조성을 위한 토지 매입비 3억 2천여 만 원이 평당 약 8만 원 꼴로, 임야 시세 대비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며 예산 낭비 우려를 제기했었다.

문제는 사업이 완료된 시점에서도 이러한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50억 원이던 예산이 90억 원으로 급증한 구체적인 사유 ▲출렁다리 외 주요 사업이 변경·축소된 것에 대해 초기 타당성 조사가 부족했는지에 대해 화순군은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본지의 취재에 화순군은 "전화상으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 싶다면 군청으로 직접 방문하라"고 일축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대면 보고를 강요하는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행정'이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언론에 대한 '문턱 높이기' 전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 증액 사유는 개인의 견해가 아닌, 집행 내역과 변경 계획서 등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를 두고 전화 답변 대신 굳이 방문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예산 증액은 성역이 됐나…'추억의 능주'가 남긴 건 '소통 부재'뿐
결국 '추억의 능주' 사업은 당초 기획 의도의 변질과 예산 관리의 난맥상, 그리고 경직된 소통 방식이 빚어낸 아쉬운 결과로 남게 됐다. 40억 원의 추가 비용과 축소된 콘텐츠라는 결과물을 쥔 군민들에게, '전화상으로는 곤란하니 직접 방문하라'는 식의 대응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화순군은 이제라도 예산 증액의 타당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대 흐름에 맞는 열린 취재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화순군의 관광과 체육 등 정책을 주관하고 책임지는 조ㅇㅇ 실장의 대응이다. 본지는 보도에 앞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혹시 모를 이견을 반영하기 위해 실장에게 연락을 취해 반론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행정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에 대해 조ㅇㅇ 실장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실무선의 경직된 대응을 바로잡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할 위치에 있는 책임자가 소통 자체를 외면한 셈이다. 이는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해명할 의지가 부족하거나, 사안의 중대함을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적극적인 소명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 이상,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불신과 오해에 대해 조ㅇㅇ 실장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9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군민 앞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