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대나



남촌(南村)은 파인 김동환(巴人 金東煥)의 이상향 이었다한다.

죽는날까지 자신을 기다리던 전부인과 이혼하고 여류소설가 최정희와 재혼하여 세인들의 지탄도 받았던 파인은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도 비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민족의 마음을 읊어내는 시인이었다.
‘나는 좋대나’ 같은 구어체의 표현으로 우리들에게 친근감과 여운을 남기는 이 시는 ‘호랑나비 떼’의 시각적 이미지와 ‘종달새 노래’의 청각적 이미지 등 다양한 이미지의 표현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우리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1927년에 민요풍의 파인(巴人)이 쓴 ‘산넘어 남촌에는’은 따사로운 자연과 순박한 인정을 읊조린 것으로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파인 김동환(巴人 金東煥 1901~1958)

시인, 수필가, 작가, 언론인
함경북도 경성군 태생으로 경성 중동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에 유학하여 도요 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중퇴하고 귀국했다.
1924년 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로 <금성(金星)>지에 추천을 받고 문단에 데뷔.
1925년 신문학 이후 한국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로 일컬어지는 대표작이며 동명 시집인 <국경의 밤> 간행. 한때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자로 활약하다가 1929년부터 종합잡지 <삼천리>와 순문예지<삼천리문학>을 주재하면서 경영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경영난으로 폐간하였다.
일제시대 암담한 민족의 현실과 고통을 노래, 신경향파에 가까웠으나 차츰 향토적이며 애국적인 감정을 토로한, 민요적 색채가 짙은 서정시를 많이 발표했다.
한국전쟁 때 친일작가로 지목되면서 납북되어 1958년 사망했다는 설이 있다.
파인은 중국 파(巴)지방 사람이란 뜻으로 ‘촌뜨기’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