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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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순수의 시대’가 있다.
경험이 없어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젊은날의 우리는 거센 세상을 향해 힘껏 몸을 던진다.
나비처럼 연약한 심성과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세상은 실제로 녹록치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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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아물지 않은 상태에 또 상처를 받으면서
우리의 푸르른 젊음은 그렇게 지쳐가며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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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영악해졌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도 여전히 정신적인 절름발이 모습으로
세상에 익숙치 못한 삶이 아닌가..

앞으로도 여전히?....

김기림(金起林, 1908~미상)
시인·문학평론가. 아명은 인손(寅孫). 호는 편석촌(片石村). 함경북도 학성 출생.
1914년 임명보통학교(臨溟普通學校)에 입학, 1921년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 중퇴 후 1930년 니혼대학(日本大學) 전문부 문학예술과 졸업, 귀국하여 조선일보 학예부 기자를 지내면서 조선일보에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1933년 이상, 이효석, 조용만, 박태원 등과 함께 구인회를 결성하였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36년에는 첫 시집 《기상도》를 발표하였다.
1945년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였으나 다음 해 소련이 점령한 북한 지역으로부터 월남하여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즈음에 탈퇴하였다. 중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강사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조교수가 되었고, 신문화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한국 전쟁 때 납북되었고, 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기는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