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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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길목에는 항상 신선한 설렘이 있다.

아직은 일교차도 심하고, 겨울이 미련을 버리지 못해 떠나지 않고 있지만
저 멀리서 기지개 펴며 밀려오는 연두빛 봄기운을 차마 막지는 못할 것이다.

‘막걸리 값 천 원’만 달라고 지인들을 찾아다니던 가난한 시인은,
겨울이 물리적으로만 추웠을까?
아님 시인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감성적 냉기를 견디기 어려웠을까?

한 잔의 커피와 담배, 해장할 돈이 주머니에 남아 있으면 ‘행복’하고
잔 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도 내일 아침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서럽다’고
‘가난’을 노래하던 시인에겐 ‘행복’이 곧 봄이었을지 모른다.

시 행간에서 봄을 기다리는 천진난만한 시인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오늘...

천상병(千祥炳, 1930년 1월 29일 ~ 1993년 4월 28일)

시인이며 문학평론가. 호는 심온(深溫).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며 〈귀천〉과 같이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해방되던 해 가족을 따라 귀국하여 마산중학졸업, 1954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수료했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