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입문편 - ‘뚝배기’의 느긋함으로 시작하세요

코스피지수가 연일 1700선을 넘으며 가파르게 상승한다. 코스닥도 800선을 넘으며 TV 뉴스에서 주식시장 관련 보도를 접할 때면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사람은 앉아서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내일이라도 주식 계좌를 터볼까?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일반인들이 수익을 내기란 어렵다. 이에 증권 투자 초보 주부의 입문기를 좇아봤다.
취재 류미월 리포터 rhyu61@naver.com

경제신문부터 정복, 증권사 담당자의 조언 존중
주부 김아무개 씨(45). 옆집에 사는 정아무개 씨가 “작년에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배가 됐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남편 봉급 중 일부로 적립식 펀드를 들어 큰아이 대학 입학 자금 마련에 쓸 거라는 말에 의기소침해진 김씨.
자신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 김씨는 일단 일간지 하나를 줄이고 당장 경제신문으로 바꿨다. 하지만 경제·주식란을 훑어보는 그의 심정은 깜깜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목에 머리가 지끈거렸기 때문. 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그만둘 수는 없었다. 부족한 부분은 증권사 홈피에 방문, 무료 강좌 수강으로 메웠다. 또 초보를 위한 주식투자 입문서들도 하나 둘 정복하며 경제를 보는 감각을 키웠다. 그래도 주식을 섣불리 매수하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증권사 창구에 가서 조언도 들어보고 시세 전광판도 보고 객장의 웅성거리는 분주함도 느껴봤다.
김씨는 ‘욕심 안 내고 하면 은행 수익률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에 자주 상담하러 갔던 모 증권사 창구에서 드디어 증권 계좌를 텄다. 적립식 펀드로 반은 국내 우량주에, 절반은 외국 펀드 중 수익률이 괜찮은 곳을 골라서 선택했다.
“아직까진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어서 가입한 펀드 수익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최근 호황을 누리는 주식시장 덕택에 김씨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빈도는 더 잦아졌다.

주식투자설명회 참석으로 자신감 업그레이드
주부 최아무개 씨(41)는 M증권사에 심심찮게 드나들며 주식 정보 모으기에 열을 올리던 중에 그 증권사에서 주식투자설명회를 한다는 공고를 접했다. 좌석이 한정돼 있으니 참석하려면 반드시 예약을 하라는 증권사 직원의 귀띔에 그렇게 했다.
설명회 당일. 30분쯤 일찍 도착했는데도 좌석이 거의 다 차 있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부터 퇴직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들, 눈이 초롱초롱한 주부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경제학 강의를 방불케 하는 강연자의 열정 넘치는 강의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다.
“경제의 흐름을 글로벌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중간 중간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들으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관한 지식도 생겼고요. 나름대로 주식에 관한 개념 정리가 됐다고 할까요? 펀드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해서 분산 투자를 해야 할지, 쌈짓돈으로 마련해둔 은행 예치금을 어떤 주식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바빠요.”

잠깐 >> 빨리 달아오르는 양은냄비보다 뚝배기가 돼야
전업 증권 투자자들은“목표 수익 20~30퍼센트를 내기 위해 10시간 이상 연구하고 대비하는 전문가들에 비해 일반 직장인이나 주부들은 증권 관련 뉴스를 한 시간도 안 보면서 기대수익률은 너무 높게 잡을 때가 있다. 막연한 기대는 급등주, 재료주 등 풍문을 좇게 만들고, 과장된 정보에 휘둘리면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 투자의 정석은 기업의 가치 평가다. 물론 작전주가 있기도 하지만, 주가가 올라가고 떨어지는 기업은 꼼꼼하게 따져보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식과 마음가짐으로 여유 있게, 금방 끓는 양은냄비보다는 서서히 끓는 뚝배기처럼 우량가치주를 매수하고 수익이 날 시기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급한 마음에 매수와 매도를 자주 반복하면 수수료만 낭비할 수도 있고, 급하게 매도한 주식이 올라버림으로써 허탈해질 때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은행 입문편 - 사귀어라, 문턱 낮은 은행의 재테크 전문가를

주부들의 최고 재테크 입문 장소는 뭐니뭐니해도 은행이다. 가정마다 통장 몇 개는 기본으로 있는데다 아파트 반경 10미터 안팎에 이런저런 은행이 자리하다 보니 은행만큼 문턱이 낮은 금융기관도 드물다. 수수료처럼 자잘한 푼돈 절약부터 펀드 수익과 같은 목돈 챙기기까지, 은행의 재발견은 재테크의 또 다른 시작이다.
취재 박지현(자유기고가) 도움말 김민실 차장(신한은행 구로동지점)

은행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은행을 가까이 하고 각종 금융 상품을 시기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소득공제와 비과세가 가능한 장기주택저축과 같은 상품을 선택해 목돈을 마련하는 건 기본. 각 은행이 모집 기간과 모집 금액을 정해놓고 고금리로 내놓는 특판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행 상품, 아는 만큼 번다!
주부 김윤정 씨(38·서울 노원구 공릉동)는 평소 주거래 은행의 특판 상품을 주목한다. 이러한 상품을 부모님 명의의 생계형(아버지 만 60세 이상 , 어머니 만 55세 이상)으로 가입하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친분을 쌓은 은행 직원의 소개로 특판 적금 상품에 가입했어요. 종전 적금보다 이율이 0.7퍼센트 높은데다 생계형으로 가입하니까 다시 0.3퍼센트 높아졌죠. 결국 1퍼센트 높은 상품을 선택한 셈이에요.”
특판 상품은 판매 기간이 짧기 때문에 평소 은행 직원에게 귀띔해놓는 게 관건. 주거래 고객은 휴대폰 문자나 DM(디렉트 메일)으로 알려주기도 하므로 평소 주소지 변경에 신경 써야 한다.
종전 통장을 업그레이드해서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전자금융 수수료, 자동화 기기 수수료, 타행이체 수수료 등을 할인 혹은 면제받은 사례도 있다. 주부 오민아 씨(40·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얼마 전 통장을 리모델링했다.
“남편은 종전 통장을 월급 전용 통장으로 바꾸면서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았어요. 저는 월급이 없으니까 대신 전자통장(IC회로를 담은 카드 형태의 통장)을 개설해 남편과 비슷한 수수료 혜택을 보고 있어요. 매번 500원부터 1천 원까지 지출되는 수수료만 절약해도 저금리 이율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외에도 은행마다 특정 대상을 목표로 내놓은 상품도 이용해볼 만하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에서는 수입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나 부업을 하는 주부들을 위해 입금액과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3.7~3.9퍼센트 이율로 계약 해지까지 3~5차례 인출도 가능하다. 만약 여윳돈이 많다면 종전의 정기예금을 MMF(머니마켓펀드)로 바꿔 최소 4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10~20퍼센트 수익률 목표, 소액 펀드로 첫발 떼라!
적금으로 종자돈을 만들었다면 펀드로 재산을 불리는 것도 좋은 방법. 신한은행 구로동지점 김민실 차장은 “소액이라도 직접 투자를 해야 직원과 유기적인 교류를 할 수 있고 관련 종목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재테크에 눈이 뜨인다”고 말했다. 또 “입문자라면 10~20퍼센트를 목표로 소액 펀드 투자로 출발해 조금씩 투자금을 늘리는 분산 투자를 시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기예금 1억2천만 원을 2년 전 세 곳으로 나눠서 투자한 주부 김아무개 씨(45·서울 구로구 신도림동)가 대표적인 예다. 4천만 원은 연 4퍼센트 이율의 정기예금에, 4천만 원은 차이나 주식 펀드에, 나머지 돈은 변액연금보험에 투자했다가 2년 만에 중도 해지했다. 현재의 수익금은 각각 2백70만 원, 3천6백만 원, 5백80만 원. 김씨의 경우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정기예금 대신 분산 투자를 선택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녀의 펀드는 1년 내에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투자 상품을 고를 때는 적어도 2년 이상 투자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적립식 펀드는 월 5만 원 이상, 해외 펀드는 2천500달러 이상, 거치식 펀드는 100만 원 이상 투자하는 게 좋다. 특히 과거 해외 펀드는 비과세 제외 상품이었지만 지난 6월 1일부터 국내 펀드 상품과 마찬가지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우량 고객으로 각종 서비스 혜택을 이용하라!
주부 박은진 씨(36·서울 양천구 목동)는 작년 주거래 은행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휴가철 무료 금고 서비스 신청을 거절당한 것. 그녀는 10년 동안 그 은행과 거래를 지속했으니 당연히 중요 고객쯤은 되리라 착각했던 것.
은행 상품을 잘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우량 고객이 되어 각종 서비스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럼 우량 고객은 어떻게 선정되는 걸까. 각 은행마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3~4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수수료, 우대금리, 환전 우대 등 각종 서비스가 푸짐해 새나가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급여이체, 자동이체, 환전, 거래 기간, 해외 송금에 걸쳐 해당 점수를 산출하는데, 대출이나 카드 사용 내역이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주거래 은행에서 자신의 점수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우량 등급으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하면 좋다. 등급 내용은 은행에 문의해도 좋고, 통장이나 인터넷 뱅킹에서도 확인할 수도 있다. 주거래 은행을 집중적으로 이용해 점수를 높이거나 ‘주거래 합산 제도’를 이용해 부부 중 한쪽으로 점수를 몰아줘도 된다.

은행 활용 100퍼센트를 위한 Tip

1 월말, 공과금 결제일은 피하고 마감 시간인 오후보다 오전 시간에 찾는다. 여유로운 상담을 해야 직원과 친해지고 안면을 트기 쉽다.
2 투자 상담을 할 때는 투자 목적, 투자 기간, 여유 자금, 예상 수익률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둔다. “무조건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은 피한다.
3 첫 상담을 텄다면 꾸준히, 정기적으로 발길을 옮겨 은행을 친구로 삼는다. ‘단골 고객’으로 인식되면 시세에 민감한 투자 정보나 은행 서비스 정보까지 알아서 챙겨준다.
4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부스스한 머리로 은행 창구를 찾지는 말자.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한 손님에게 더 진지한 상담을 해준다.
5 주거래 은행의 서비스 혜택을 꼼꼼히 따진다. 우량고객의 경우 공항 VIP 라운지 이용, 종합소득세 무료 대행 서비스, 무료 상속 공증 서비스까지 실생활에 이용할 만한 서비스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