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관광이 이제는 어느 누구의 특별한 행사가 아닌 원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그것도 국내외적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거나 필요에 의하면 여러차례 방문을 통한 고증적 자료로 이용한다는 것이 일상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로 인해 우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 그리고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을 여행하는 일이 더 이상 특별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런 중에 중국을 다니면서 중국인들에게 정율성(鄭律成) 선생에 대해 말하면, 젊은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그가 한국사람이며, 광주사람이라면 깜짝 놀라기까지 한다.

특히, 조선족 민속축제 때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 ‘이 곡은 우리 민족의 영웅이신 정율성 선생이 작곡한 노래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동포들은 정율성 선생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몇 년 전 ‘중국에 더 많이 알려진 음악가 정율성’에 대해 방송이 나온 적이 있었으며, 그에 대한 일대기가 중국에서 영화로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연안송’이란 드라마가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방영될 정도였으니...

이처럼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 선생이 중국에 남긴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존재를 중국인의 가슴에 새겨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13억 중국인들이 떠받드는 항일 투쟁가이자 혁명가인 정율성선생에 대해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1988년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의 인민해방군 군가로 인준된 <팔로군 행진곡>을 지은, 중국을 대표하는 음악가이지만 정작 그가 광주에서 태어났고 유년시절을 능주 관영리에서 보낸 사실역시 아는 이가 많지 않다. 그가 사회주의 계열의 조선독립 운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낯선 단어일뿐인 것이다.

정율성 선생 그는 누구인가?
13억 중국인의 가슴마다 아로새겨진 ‘중국인민해방군가’의 작곡가 정율성

북경 팔보산 혁명공원 묘지에 묻혀 있음을 알리는 정율성 선생의 비문.

“뜨거운 조국애와 열정적인 예술혼으로 동아시아 현대음악의 최고 반열에 오른 광주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태어나서 어린시절을 보낸 조국인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의 2백만 조선족 동포들에게는 추앙을 받고 있는 작곡가 정율성은 조선인이면서도 1937년 이후 중국에서의 항일투쟁과 탁월한 음악적 업적으로 최고의 중국음악인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개막식 첫 프로그램으로 그의 대표곡인 ‘인민해방군가’가 연주됐다는 사실은 그의 중국내 음악적 위상을 알 수 있다.

항일독립투쟁, 국가건설, 문화혁명 등 파란만장한 중국현대사 속에서 혁명성 짙은 작곡으로, 때로는 침묵의 저항으로 일생을 보낸 그는 1914년 7월 7일 광주시 동구 불로동 163번지에서 가난한 농가의 5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화순능주초등학교, 광주 숭일소학교를 마치고 전주 신흥중학교에 입학했으나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학업을 그만둔 율성은 1933년 봄 셋째형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1934년 의열단의 남경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졸업한 그는 그곳에서 항일비밀활동에 종사하는 한편, 매주 일요일 상해로 가 러시아의 저명음악가 ‘크리노와’ 교수로부터 성악을 배우게 된다.

교수로부터 이탈리아에 가서 계속 공부할 것을 권유 받지만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던 정율성선생은 1937년 10월 연안으로 옮겨 노신예술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이곳 연안에서 모든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팔로군행진곡’, ‘연안송’ 등 360여곡의 주옥같은 음악을 남기게 된다.

특히, 힘차게 시작되는 ‘팔로군행진곡’은 큰 사랑을 받으며 군가로 채택됐고 1988년 중국군사위원회로부터 정식 ‘인민해방군군가’로 비준을 받게 된다.

외국인으로서 불가피하게 갖게 되는 음악적 언어전달의 어려움을 그는 한국인의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중국인민의 모든 것을 몸소 체득하고 배움으로서 극복했던 것이다.

1966년 작곡, 공연 등 모든 예술활동이 금지된 문화혁명기간 마저도 정율성의 불타는 창작열을 끝내 꺽지 못했다. 그는 이 기간 “그 자체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기백이 넘쳐 흐르는 교향악으로 중국혁명사의 최고탑”이라고 불리는 마오쩌둥시사 20편에 곡을 붙이는 작업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자연을 한없이 사랑하고 노래한 그는 문화혁명이 막을 내린 1976년 12월7일 베이징 근교의 운하에서 낚시를 하던 중 고혈압으로 쓰러지면서 그의 길지 않은 파란만장한 예술적 삶을 마감하게 된다.

정율성선생의 탄생지로 알려진 히딩크관광호텔 전경

정율성 기념사업회 출범...음악제·생가복원 등 中 관광객 유치
예술활동이 완전히 금지됐던 문화혁명 기간에도 작곡에 몰두하다 한때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정율성 선생의 창작열은 외국인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중국 최고 음악가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때 그의 노래가 연주됐고, 중국인 13억명 가운데 8할 이상이 그의 노래를 기억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념문제로 행적을 외면하다, 냉전체제가 막을 내리자 서서히 그의 존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초 2000년 광주시 남구에서 정율성 선생의 출생장소를 연고로 재조명에 나서며 세미나와 국제음악제를 추진했으나,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많자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팔을 걷어붙여 올해 10월부터는 광주시 주최로 ‘정율성 음악제’를 주최하게 된다.

중국 문화부의 지대한 관심을 갖는 등 중화권 문화및 경제교류의 핵심키워드인 ‘정율성 음악제’는 결코 중단돼선 안 될 중요한 사업이라는데 뜻을 한데모아 지난 3월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을 전개할 민간차원의 기념사업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기념사업회는 양형일·정두언 국회의원, 고재유 전 광주시장, 강박원 시의회 의장, 박흥석 광주방송 사장, 나무석 광주시체육회 부회장 등 18명의 고문과 신용호 회장, 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장)·정찬구(히딩크호텔 회장) 부회장, 이정재(전 광주교육대학총장)씨 등 70여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찬구 회장은 기념사업회가 할 일이 많다며 앞으로 정율성 음악제의 서포터즈 활동과 생가 복원, 기념관 건립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관광인프라를 구축,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에 힘입어 오는 9월 중국 베이징 음악청에서 정율성 음악회가 열리고 10월에는 광주문예회관에서 정율성 국제음악제가 개최되게 된 것.

마침 정율성 선생이 꿈꾸었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내년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한중교류의 해’로 정하고 각종 경축행사를 준비 중에 광주의 영사사무소가 개소되었다며 이는 광주.전남과 중국이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기폭제로 양측에 기대되는 직·간접적인 부가가치 효과도 바라보며 기대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