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토고와의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 13일, 월드컵 본선진출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들썩였다.

서울과 광주,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거리응원이 열렸고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넘는 인원이 거리응원에 참여했다.

13일 거리응원이 열리는 대도시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거리를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에 붉은 두건을 두르고 붉은 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후 6시가 넘으면서 방송3사에서는 일제히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대도시의 모습과 토고전 승리를 기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경기까지는 무려 4시간여가 남았지만 서울의 상암경기장이나 시청, 광화문 광장은 물론 인근 광주의 월드컵 경기장은 방송사에서 준비한 공연을 즐기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붉은 악마들의 물결로 가득했다.

TV화면을 통해 펼쳐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지금 당장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장소로 달려와 붉은 악마의 무리에 합류하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온 나라가 토고전 승리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들떠있던 그 시간, 우리의 화순은 너무나 평온했다. 아니 평온하다 못해 고요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토고전 승리를 확신하며 광주 등 인근 대도시를 가지 않고도 함께 모여 붉은 악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화순사람들이 모여 모두가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토해낼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을 모으면서.

함께 모여 응원을 하는 댓가(?)를 내지 않고도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곳! 아쉽게도 이번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 경기에선 화순관내에서 그런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끼리 혹은 몇몇 지인과 친구들이 한 집에 모이거나 퇴근후 다시 사무실에 모여 응원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니면 대형스크린이 마련된 어느 곳을 찾아 소정의 댓가(?)를 지불하고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든가.

물론 화순에서도 순수하게 군민들이 모여 응원을 하자며 준비한 곳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토고와의 경기를 위해 화순농협과 화순중부교회에서 대규모 거리응원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화순농협은 하나로마트 앞 광장에서 20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한 대규모 거리응원을 준비했다가 ‘중계료’의 높은 벽에 부딪혀 응원을 취소했다.

응원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마련한 400장의 두건과 음료수 등은 거리응원이 취소된 줄 모르고 응원장소를 찾은 주민들에게 취소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나눠줬다.

화순중부교회에서도 공설운동장에서 대규모 거리응원을 준비했다가 역시 중계료의 벽에 부딪혀 응원을 취소했다.

4년에 한번 있는 월드컵에서 내 나라의 승리를 기원하는 거리응원 하나조차도 내 고장 화순에서는 어찌 그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13일 대부분의 화순군민들은 집에서 각자의 TV화면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선수들과 토고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관람하며 짜릿한 승리에 환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오는 19일과 24일 프랑스와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다행히 화순군에서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경우 군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거리응원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별도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내가 사는 화순에서 화순군민들과 함께 붉은 악마가 되어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은 군민들은 우리나라가 프랑스와 스위스를 이기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화순군 등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의 주민들도 승리에 대한 열망은 대도시 주민들에 못지않을텐데 거리응원에서도 어찌 그리 대도시와 차별을 받는 건지.

화순군민이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그날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오는 19일과 24일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자.

그리고 그날이 오면 군민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내가 사는 우리지역 화순에서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