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신문=강주성 기자] 무더운 한낮, 화순군4-H연합회 회원 24명이 도곡면 공동 과제학습포(1만 4,378㎡)에 모여 잡초를 뽑고 병해충을 살피며 콩밭을 정성스레 돌봤다. 고랑마다 이어진 손제초 작업은 ‘지·덕·노·체’ 4-H 이념을 몸소 실천하는 현장이자, 책임감과 협동심을 배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었다.

농심으로 빚은 하루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회원들은 서로의 구슬땀을 격려하며 푸른 콩잎 사이를 오가고, 완전히 뽑아낸 잡초를 한곳에 모아 밭을 정갈하게 정비했다. 기온이 오르자 간이 그늘막 아래 시원한 물과 수박을 나누며 재충전하기도 했다.

과제학습포는 화순군4-H연합회가 연중 운영하는 공동 시험장이다. 회원들은 파종부터 시비, 방제, 순지르기(측지 제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계획‧실행하며 실제 영농 기술과 경영 감각을 익힌다. 이번 제초 작업도 생육 초기에 경쟁 잡초를 제거해 콩의 뿌리 활착과 통풍을 돕기 위한 필수 관리 단계다.

무더위도 막지 못한 4-H의 땀방울
4-H연합회는 평소 비료 시비와 병해충 방제 작업을 병행해 안정적인 생육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약제를 우선 사용하고, 생육 기록을 공유하며 ‘데이터 기반 농사’에 도전 중이다. 회원들이 번갈아 밭을 방문해 기상 변화와 토양 상태를 점검하면서 공동체 책임감을 나누는 것도 큰 수확이다.

올가을에는 콩 순지르기 작업이 예정돼 있다. 측지와 과도한 잎을 적기에 제거해 통풍을 개선하고, 양분을 꼬투리에 집중시켜 수확량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다. 실습을 통해 터득한 기술은 각자의 농가에도 곧바로 적용되어 지역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콩밭 주변에는 멀칭 비닐이 깔려 있어 토양 수분 증발을 줄이고 잡초 발생을 억제한다. 이러한 세심한 관리 덕분에 수확 시점에는 고른 크기의 콩이 달릴 전망이다.

콩 수확으로 이어질 나눔
회원들은 수확한 콩을 직접 판매해 얻은 수익 일부를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농사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따뜻함을 돌려주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된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 해에는 고추 수확 후 판매 수익으로 겨울철 난방용 연탄을 전달해 이웃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도 판매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을 병행할 예정이다. 젊은 농업인들이 직접 디자인한 포장재를 입혀 ‘지역 청년이 키운 건강한 콩’이라는 스토리를 담아 가치를 높인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유통·마케팅 학습의 장이자, 지역 농산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합회 지도교사들은 “4-H 활동은 땀 흘린 만큼 성장과 나눔이 따라온다”며 “수익 기부를 통해 회원들이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원 확대 약속
현장을 찾은 류창수 화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무더위에도 뜨거운 열정으로 땀 흘리는 4-H 회원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실습 포장 운영비, 인증 교육, 판로 발굴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센터는 올해 하반기 농업 선진지 견학, 4-H 리더십 캠프 등을 통해 회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화순군은 청년 농업인이 지역 농업의 미래라는 인식 아래, 4-H 활동을 로컬푸드·가공 창업 교육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속적인 실습과 교육이 이어지면 4-H 회원들이 새로운 농업 리더로 성장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이들이 손으로 가꾼 콩밭 역시 황금빛 꼬투리를 맺을 것이다. 그 결실이 나눔으로 이어질 때, 화순 들녘엔 협동과 책임의 씨앗이 다시 한 번 단단히 뿌리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