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신문=강주성 기자] 폭염과 잦은 강우가 교차한 올여름, 벼 이삭이 패기 전부터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며 농심(農心)에 비상이 걸렸다. 화순군은 외국에서 날아온 해충이 예년보다 2주에서 한 달가량 빨리 출현한 데다, 고온‧저온이 반복되며 잎도열병 확산 우려가 커지자 8월 8일부터 20일까지를 ‘벼 기본 방제 중점 기간’으로 지정하고 선제적 방제에 나섰다.

벼 생육 부진과 병해를 그대로 두면 수확기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다. 군은 병해충 발생 초기에 약제를 살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품질 쌀 생산을 통해 식량안보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한 달 빠른 병해충, 선제 대응 시급
화순 들녘에 가장 위협적인 적은 잎집무늬마름병과 잎‧이삭도열병, 벼멸구·혹명나방 같은 해충이다. 특히 멸구류는 볏대 하단에 숨어 단기간 폭발적으로 번식한 뒤 줄기를 흡즙해 쓰러뜨린다. 지난해에도 피해가 컸던 만큼 농업기술센터는 실시간 예찰과 함께 “병해충을 한꺼번에 종합 방제해야 효과가 높다”고 강조한다.

잎도열병은 질소 비료를 과하게 준 논에서 발생이 잦다. 이삭이 나오는 8월 초중순 등록 약제를 살포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혹명나방은 성충이 관찰된 뒤 열흘 보름이면 유충 피해가 본격화된다. “해충 잎 피해가 눈에 띄는 즉시 방제하라”는 안내가 내려진 이유다.

기상도 변수다. 8월 전남 지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비슷할 전망이다. 군은 고온 피해를 줄이려면 물을 깊게 대거나 흘려대기를 해 열을 식히라고 조언한다.

13일 집중 방제·10억 원 투입
화순군은 병해충 방제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만 10억 5천만 원을 투입해 벼 일반재배지 3,450ha와 친환경 재배지 572ha에 공동 방제비를 지원한다. 농가 자부담을 크게 낮춘 덕분에 드론 방제와 광역 방제기를 활용한 대규모 약제 살포가 가능해졌다.

벼 기본 방제 기간에는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시료 채취와 예찰 일지를 통해 병해충 밀도를 조사한다. 필요 시 즉시 문자 알림을 보내 농민들이 방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고, 친환경 단지에는 맞춤형 천적·자재 지원도 병행한다.

류창수 소장은 “식량안보는 한 해 농사 결과에 달려 있다”며 “이삭 패는 시기에 맞춘 기본 방제와 이후 기상·생육 상황을 반영한 보완 방제를 철저히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집중 방제 기간이 고품질 화순 쌀을 지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든든한 식량안보, 현장과 행정이 함께 지킨다
화순군은 방제 기간이 끝난 뒤에도 온‧습도 변화에 따라 추가 약제 살포가 필요한 논을 별도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드론 활용 교육과 병해충 예찰단 운영을 확대해 농가가 스스로 병해충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농민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을별로 공동 방제 협의체를 꾸려 논 배수 관리와 약제 공동 구매를 진행하는가 하면, 친환경 재배 농가는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공유하며 재배 방법을 조정 중이다.

화순군의 선제적인 병해충 관리와 농가의 자발적 대응이 맞물리며, 들녘에서는 ‘올해도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자’는 각오가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