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신문=김태리 기자] 화순군 수만리에 위치한 큰재 생태숲 공원 진입 계단이 차도 연석과 사실상 맞붙어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힐링 숲길’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이 공원은 주말이면 가족‧연인‧동호회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원 초입 돌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계단 끝이 차도 연석과 거의 맞붙어 있어 하산객이 한 발만 헛디뎌도 곧장 차량 흐름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난간‧감속표지처럼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보이지 않는 이 계단이 사실상 차량 진입로와 동일선상에 있다는 사실은 ‘관광객 안전’이라는 행정 슬로건과도 모순된다.

계단 한 발 내디디면 차로… 구조 결함만 셋

높이 1m가 훌쩍 넘는 이 돌계단은 법령이 요구하는 ‘양쪽 난간’과 3m마다 한 번씩 놓아야 할 휴식참이 모두 빠져 있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기준을 보면 이런 계단에 양측 난간을 설치하고, 유효너비 1.2m 이상의 계단참을 의무화하지만 현장에는 중앙에 세운 얇은 손잡이 한 줄이 전부다. 비 오는 날엔 발을 헛디딜 경우 잡을 곳조차 없어 그대로 차도로 굴러떨어질 위험이 크다.
계단 앞의 차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사고 위험 구간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고원식(높인) 횡단보도나 지그재그 차선이 전혀 없고, 페인트가 벗겨진 평면 횡단보도만 덜렁 남아 있다. 이곳처럼 차량 속도가 빠르고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는 노면을 들어 올려 시속 30㎞ 이하로 강제 감속하라고 규정하지만, 현장은 사실상 무방비다. 결국 보행자가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아무런 완충 없이 그대로 차량 흐름에 노출되는 구조적 위험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통계가 울리는 경종, “보행 사망 고령 67%”

도로교통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통계는 이런 우려를 수치로 뒷받침한다. 보행 중 사망자는 전년보다 3.8% 증가한 920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67%를 차지했다.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계단과 차도가 거의 맞닿은 이와 같은 구조는 통계가 경고하는 ‘최악의 조건’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당 계단은 등산로와도 인접해 있다. 공원 등산로는 고령층 이용률이 높고 하산 시 근육 피로·균형 저하가 겹치는데, 이 현장은 차로와 계단이 맞닿은 위험한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차도와 거의 맞닿은 돌계단 하단부 전경. 보도 폭이나 완충 구역 없이 계단 끝이 곧바로 차량 통행로로 연결돼 있다.

군민 안전 위한 로드맵 즉시 착수해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계단 끝과 차도를 잠시라도 떼어 놓을 가드레일·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시야를 가리는 수목·현수막·불법 주정차를 정비해 보행자와 운전자가 서로를 먼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 임시 조치만으로도 구조 재시공 전까지 ‘계단 낙상 뒤 차량 충돌’을 막아 줄 최소한의 완충막이 된다.
이후 공사 여건이 확보되면 계단 단높이를 15㎝ 이하로 낮추고 단너비를 30㎝ 이상으로 넓히며 3m마다 1.2m 이상의 휴식참을 두어 규격을 맞추는 방안을 권장한다. 동시에 계단 양측 난간을 보강하고, 차도 전면에 고원식(높인) 횡단보도와 LED 경광표지를 설치해 차량 속도를 30㎞/h 이하로 유도하면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 사이에 실질적 안전 여유가 생긴다. 최종적으로 폭 1.8m 이상의 보행 전용 데크와 0.7m 정도의 녹지 완충대를 두어 보행 동선을 차로에서 완전히 분리하거나 계단 진입부 자체를 차도 바깥으로 옮겨 ‘계단‧차도 직결’ 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구호보다 시스템”… 군민 신뢰 시험대

화순군은 ‘체류형 관광도시’와 ‘사람 중심 안전도시’를 표방한다. 그러나 공원 입구 첫 계단조차 법정 최소 기준을 지키지 못한다면 구호는 공허하다. 3단계 로드맵은 설계 원점부터 보행‧차량 동선을 완전히 분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행정적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토부 지침과 교통공단 통계가 동시에 울리는 경고음이 더 커지기 전에 화순군이 계단 한 칸부터 고쳐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선제적 구조 개선 없이는 ‘안전도시’란 간판도, 관광객 유치 목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