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공경하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라고 합니다. 공경하되 일정한 거리를 두라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입니다. 거리를 두라는 것은 멀리하라는 뜻인데 공경하는 상대방을 왜 멀리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논어』에 공자의 수레를 모는 마부이자 제자였던 번지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어느 날 그는 공자에게 지혜로운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백성들이 원하는 정치를 하고, 백성들이 믿는 귀신을 공경하되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진정 지혜로운 지도자의 모습이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무민지의 경귀신이원지 가위지의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백성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힘써라.
그들이 믿는 귀신을 공경하되 거리를 두며 멀리하라.
이것이 지혜로운 지도자라 할 것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는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위민(爲民)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백성들이 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일반 백성들은 합리적인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미신에 더 귀를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백성들이 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 그들이 공경하는 귀신을 함께 공경은 하더라도 너무 가까이 하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귀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당대의 백성들은 초월적 존재에 대하여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죠. 공자는 당시 불합리한 신비주의에 대하여 ‘경이원지’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백성들의 뜻을 종중하여 공경은하되 그 신비한 신령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요즘도 지도자들이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하지만 마냥 따라갈 수만은 없을 때 ‘경이원지’, 즉 백성들의 뜻을 공경하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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