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중국 국적 35세 여성의 확진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제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전반에 걸쳐 거의 멈춤 상태까지 이르러 최소한의 운영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개개인에게도 활동범위의 위축으로 답답하고 우울한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가 하면, 아이들에게까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부탁할 정도다.

사람은 자유로운 영혼을 저지당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심적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제약을 하거나 억압을 하면 튕겨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어떤 지역이나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이성적인 판단과 현명한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인내가 최선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수록 긍정의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의 제약이나 저지가 아닌 나를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실천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자신과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자기체면과 누그러짐의 여유를 가지고 인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젊은이가 노승을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는데 시험에 통과하는 조건으로 아홉 번이나 반복해서 솥을 다시 걸게 한 노승의 말을 따르면서 필시 어떤 뜻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고 분노와 어려움을 인내로 극복하여 후에 구정선사로 존경받는 스님이 된 ‘노승과 젊은이’의 이야기나 도둑으로 몰리면서까지 구슬을 삼킨 거위의 생명을 살린 ‘윤회와 거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내심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는 예화다.

학교에 갈 수 없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친구도 만날 수 없는 지루함을 못 이겨 보챌 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조금만 참자’이다. 아이는 ‘언제까지 집에만 있어야 하느냐’고 되묻겠지만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직장이나 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롭게 밖에 나간다거나 꽃구경마저 접어야 하는 일상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혼자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특별한 대책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날마다 불어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에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여서 매일 아침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TV를 켠다. 최근 들어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어가고 있는듯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국민들로 인해 걱정이 또 늘어가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범국민적으로 적극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우리가 받아들여 참고 실천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아침마다 TV를 통해 발표하는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서 빠뜨리지 않고 한 말이 있다. ‘성숙된 국민의식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성숙된 국민의식’은 인내와 실천을 전재로 한다. ‘예방수칙’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감 없이 착실하게 실천해 달라는 호소가 담겨있다. 이는 나 아닌 우리를 위한 모두의 안전이 담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위급상황을 대처해 나가는 현장에서 의료, 생필품, 성금, 먹거리, 봉사지원 등등 옛날 우리 농촌의 길쌈이나 두레문화의 우리함께 정신을 보여준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국민들은 흐뭇하게 여기며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이익보다 다수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따뜻한 실천이 고마울 뿐이다.

1980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자동차경주대회에서 이탈리아 선수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자동차가 뒤집힌 사고를 당했다. 뒤를 쫓던 스위스 선수는 급히 차를 세워 소화기를 들고 가서 불을 끄고 이탈리아 선수를 구했다. 금메달은 스위스 선수보다 훨씬 뒤에 오던 다른 선수가 받았다 그러나 지금도 그날 금메달을 받은 선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겨 이탈리아 선수를 살려낸 스위스의 필립 루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나 혼자보다 우리 함께를 실천한 성취의 꽃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수없이 주저앉으며 엉덩방아를 찧고 난 후에 걸음마를 옮길 수 있고, 아픔 없이 피어난 꽃은 없으며, 견디지 않고 편안하게 문을 열어준 성공 또한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의 마음을 모아 공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극복의지를 보여준 것처럼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면서 ‘예방수칙 지키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는 유종의 꽃을 피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