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사람은 한두 번쯤 요행을 바라고 살아간다. 요행僥倖은 뜻밖의 행운이고 행운幸運은 행복한 운수이며, 운수運數란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과 기수氣數를 말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종종 생기고 사람들은 그 일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님을 안타까워하고 부러워한다.

조선시대에 대를 이을 왕손王孫이 끊기자 산골에서 일만 하던 아이 강화도령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느닷없이 철종임금이 되었다. 또 로또복권에 당첨되어 갑자기 거금을 손에 쥐거나 여행 중 교통사고로 가족이 모두 사망하고 기적처럼 혼자 살아남아 보험금과 유산으로 갑부가 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의 주인공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와 자매들에게 구박만 받고 살다가 왕자님과 결혼을 하고 왕비가 되었다. 그 동화를 읽고 자란 많은 아이들은 자기도 그런 행운을 얻어 또 다른 신데렐라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로또복권이 당첨될 확률은 대체로 800만분의 1이며 골프를 치다가 벼락을 맞을 확률과 같단다. 그걸 알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심리는 무얼까?

예전에 어느 섬의 조그만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닭 10마리를 운동장에 풀어놓고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마음대로 잡아 가져가는 경품행사를 했다. 시작 신호가 울리자 운동장의 모든 사람들은 달아나는 닭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쫓아갔다. 다급한 닭들은 화장실 위로 날아 올라갔고, 운동장 아래 비탈로 뛰어내려 바다로 빠지기도 했다. 물속까지 쫓아간 사람들은 결국 열 마리를 다 잡아갔다. 재미로만 그랬을까? 공짜라서 그랬을까?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걸 집어간다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었을까?

경품은 고대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100년 전 포목상에서 비단을 살 때 화장품 분을 얹어주었다. 1936년에는 화신연쇄점이 황소 한 마리를 경품으로 내걸었고 1960년대에는 막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TV, 냉장고, 전화기 등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동화백화점에서는 일본 닛산자동차를 반제품으로 들여와 조립한 ‘새나라 자동차’를 경품으로 주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는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함에 따라 자동차 경품도 빈번하게 등장했으며, 1980년대 프로축구에서는 경운기, 승용차, 오토바이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고 모피코트, 콘도회원권에 해외여행권 등 경품도 양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롯데백화점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1,000명에게 10억 원을 지급하는 현금성 경품 행사를 진행했으며 그 후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 종합건강검진권에 연금 형식의 경품도 등장했다.
 
2019년 추석 무렵, 새로 개업한 화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값비싼 전자제품들 외에 경자동차 두 대를 경품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소문은 금방 널리 퍼졌고, 서너 달 동안 화순군민은 물론 인근 군과 광주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와 상품을 사갔다. 가히 구름 같은 인파라 해야 할 정도였다. 물론 나도 한 몫 거들었다. 나는 지금껏 어디서 경품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행여나’하는 마음에서 안 사도 될 물건까지 구매하며 여러 장의 경품권을 추첨함에 넣고 행운의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경품 추첨 날, 오후 세 시부터라는데 나는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시간이 가까워오자 우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00명도 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보도를 보니 약 5,000명이나 모였단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추첨을 진행하는 사회자는 경험이 많은지 아주 재미있게 판을 끌어갔다. 특히, 당첨자 이름을 세 번 불렀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그 많은 관중이 “자알 되야부렀다.”를 큰소리로 외치도록 하고 무효처리를 했다. 관중들은 모두 더 많은 당첨자가 참석하지 않기를 바라고 기분 좋게 웃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세 시간이나 고대하고 기다렸지만 내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자동차 두 대가 남아있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결국, 그날 나는 아무것도 타지 못했고 경품권을 얻으려고 상당한 돈을 낭비했으며, 행여나 하는 헛된 꿈에 시간만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하여 내가 스스로 느끼고 다짐한 것. ‘아! 내가 이 나이에 요행을 바라며 살았구나.’ ‘앞으로는 이런 요행을 꿈도 꾸지 말아야지.’였다. 해방 직후 광주에 갔다가 공원에서 야바위꾼에게 차비를 털리고 사평까지 걸어오셨다는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그런데, 내년 추석에 또 이런 경품행사를 하면 과연 나는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