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를 끝낸 넓은 밭
그 아래 콩깍지 하나 뒹굴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마저 배고파 울고 갈 뿐

아버지의 손길 지나간 논두렁은
마른풀 한 가닥 허투루 서있지 않네
그저 흙속의 우렁이만 숨 쉬고 있을 뿐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아버지의 보은의 방법이다
논 갈고 밭 갈아 우리들 먹여 살린 소에게로 보내는

찬 밥덩이하나 지게에 걸치고서
눈 오는 산속에 나무 찾아 반나절
험한 산 고개 넘고 강을 건너도

여물 석 섬 썰고 고구마 줄기 썰어
모아둔 콩깍지와 골고루 섞고 섞어
자식 같은 내 아까운 소 쇠죽 써 먹여야지

부엌보다 따스운 소 마구간은
맛있는 쇠죽이 김을 내뿜고
우리들의 시린 손 녹여주는 곳

불빛 삭은 잿더미 그 아래서
달콤한 고구마 익어가는 소리 날 즈음
할머니 무릎 베고 꿈나라 가는 중……

김애자
ㆍ화순군 남면 장전리 출신
ㆍ화순군 남면 장전리 출신
ㆍ광주문인협회 지상백일장 대상 수상
ㆍ전남문인협회 백일장 차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