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설명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에 천년의 세월동안 자리를 지키며 우리와 함께하는 은행나무가 있다. 나무가 천년의 세월을 살아간다는 자체가 범상치 않다. 어느 날 길을 지나다 이 거목을 보고 나는 발걸음을 멈추어 심호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크기로도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만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나무의 형상과 표피에 묻어나와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주었다. 모든 에너지를 내부에 응축시켜 새로운 탄생의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의 모습으로 힘 있게 자리하는 몸통과 가지만이 대자연을 마주하고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자태는 굴곡진 우리의 역사를 증언하며 시대의 온갖 세태를 함께하고 묵묵히 지켜서있어 나에게 놀라움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무려 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숭고한 생명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를 순간 초라하며 숙연하게 만든다. 이는 거대한 고목이 나에게 주는 무언의 삶에 관한 메시지이다.

조진호
- 광주시립미술관장 역임
- 광주비엔날레이사 역임
- 현. 화순군 석봉미술관 자문위원
전남도립미술관 건립자문위원
한반도문화인연대집행위원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