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는 24절기 가운데 스물두째 절기로 해가 짧고 밤이 가장길기에 음기(陰氣)가 가장 강한 날이다. 그러므로 양기(陽氣)가 강한 붉은 팥죽을 쑤어먹는 명절이며, 또한 작은 설날이라 하여 아세(亞歲)라 했다. 유풍(儒風)은 오늘날 이어져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 한 살 더 먹는다 했다. 올해 2019년 동지(冬至)는 12월22일(양력)이고 음력으로는 11월26일로 노동지(老冬至)이다. 동지(冬至)가 음력 동짓달 초순(初旬)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中旬)이면 중동지(中冬至), 그믐께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6세기 초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전염병을 터뜨리는 역귀(疫鬼)가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붉은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염병 귀신을 쫓으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惡鬼)를 쫓았다고 한다.


동지팥죽(冬至豆粥)

동짓날에는 동지 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의 관습이 있다. 팥을 끓여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單子)를 만들어 넣고 끓인다. 단자는 새알 크기로 만들기에 새알심(鳥卵心)이라 부른다. 동지 팥죽에 넣는 새알심은 귀신의 나쁜 기운이 빠져 나가고 맑은 영혼을 찾게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고 있으며, 또한 마을에 초상이 나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네는 풍속도 있다. 팥죽은 겨울에 많이 먹으며 특히 24절기 중 하나인 동지(冬至)에 먹는다.


붉은 팥죽 뿌려 악귀퇴송

붉은 팥은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여러 곳에 팥죽 뿌린 것은 악귀를 모조리 몰아내기 위한 풍속이었다.

야심(夜深)한 뒤 어느 마을에서 죽(粥)을 뿌렸노!
열십자 거리 위에 흔적(痕迹)이 낭자( 狼藉)하다.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이 무슨 소용 있을 것이냐.
유행병(流行病)이 벌써 나왔거니

해동죽시(海東粥詩)에 나오는 이 시(詩)처럼 예전에는 축귀(逐鬼)의 한 방법으로 팥죽을 동네 열십자 거리에 뿌리는 민속이 있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팥죽을 먹고 그 국물을 대문짝에 뿌리면 축귀(逐鬼귀신을 쫓음)할 수 있다고 했다. 팥에는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다) 작용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애동지(兒冬至)에는 팥죽을 쓰지 않는 풍습이 있다. 삼신(三神)할미도 귀신이라 축귀(逐鬼)하면 10세 이하 어린이를 지켜주지 못하기에 팥죽을 쓰지 않는다. 대신 팥 시루떡을 쪄서 먹었는데 팥죽을 쑤면 먼저 사당(祠堂)에 차례를 지낸 다음 방과 장독, 헛간에 한 그릇씩 떠다 놓고, "고수레!"하면서 대문이나 벽에다 팥죽을 뿌린다. 붉은 팥죽으로 악귀를 쫓는 의식이지만 한편으론 겨울에 먹을 것이 부족한 짐승들을 배려한 것이다. 그런 다음 식구들이 팥죽을 먹는데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새해를 맞는 의미가 담겨 있다.


풍년(豊年) 다산기원(多産祈願)

고려시대에 '동짓날은 만물이 회생하는 날'이라고 하여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했다고 하고, 고려와 조선 초기의 동짓날에는 어려운 백성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중국에 사신을 보네는 사절단 동지사(冬至使)를 파견하고, 세시기에 동지헌말(冬至獻襪)며느리 등 기혼녀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고, 풍년을 기원하고 다산(多産)을 드린다는 풍정(豊呈)이라고 했다.

왕실에서는 동지(冬至)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해 달력을 나누어주었는데, 이러한 풍속은 단오(端午)에 부채를 주고받는 것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한다. 또 제주 목사는 귤을 임금에게 진상하였는데 이 귤을 종묘(宗廟)에 올린 다음 유생(儒生)들에게 나누어주고 이를 기쁘게 여겨 황감제('黃柑製')란 과거도 실시했다.

동짓날의 전통을 이어 연말 불우이웃돕기를 펼치는 것도 미풍약속(美風良俗)이라 여겨진다.


冬至(동지) - 화순문화원장 이 영 일

陰陽循理去來眞 (음양순리거래진)
음양 순리가 오고 가는 것은 진리(眞理)요
冬至陽生新開天 (동지양생신개천)
동짓날 하늘이 새로이 열리니 새롭도다.
薦廟鄕風撒豆粥 (천묘향풍살두죽)
팥죽 쑤어 조상에 바치고, 사방에 뿌리는 풍속은
逐邪疫鬼防未然 (축사역귀방미연)
악성역귀(惡性疫鬼)를 내쫓아 미연에 방지함이라
葭灰卜術登豊度 (가회복술등풍도)
갈대로 점을 쳐서 풍년징후를 살펴보고
屠蘇飮酒追凶厄 (도소음주추흉액)
도소주(屠蘇酒) 마시고 나쁜 재액을 쫓아버리자
光明來世覆無塵 (광명래세복무진)
내세(來世)에는 더러운 티끌을 덮어 없애 버리고
到春所望太平端 (도춘소망태평단)
새해 봄에는 태평하고 바르기를 소망하네.

<주>
.* 도소주(屠蘇酒) : 도라지, 방풍, 산초, 육계를 넣어서 빚은 술. 설날 아침에 차례를 마치고 세찬(歲饌)과 함께 마시는 찬술로, 나쁜 기운 을 물리친다고 한다.
* 역귀 (疫鬼) : 악성 돌림병을 일으킨다는 귀신
* 가회(葭灰) : 갈대 줄기 속에 들어 있는 엷은 막을 태운 재
* 삼신(三神)할미 : 아기를 점지하는 일과 출산 및 육아를 관장하는 신 인 ‘삼신할머니’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 중국 육조 시대의 형초, 곧 지금의 후베이, 후난 지방의 행사와 풍속 등을 기록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