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집에는 거주자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 있다.

방충망이다. 아파트도 그렇지만 단독주택은 더 그렇고 시골집에서는 방충망이 없으면 겨울을 제외한 3철을 아예 살아갈 수도 없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저 그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방충망은 온 집안 창문의 맨 바깥쪽에서 해충의 침입은 물론 1차로 먼지를 걸러주고 비바람이 칠 때는 유리보다 먼저 온몸으로 맞선다. 그중에서도 제 본연의 임무인 모기, 파리, 벌 등 해충의 침입 방지는 우리 인간 생활에 대단히 큰 보탬을 주고 있다. 지금의 철제 방충망이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모기장을 개발하고 실내외에 다양하게 활용해 왔는데,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여름에 방안에 치고 자는 큼직한 그물 모양의 방장이 한두 개씩 있었고, 그렇지 않은 집은 방문 일부에 나일론 방충망을 발라 바람은 통하고 모기 등 해충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잤다. 그러나 당시의 방충망은 엉성하기 짝이 없어서 조금만 건들어도 구멍이 커져 모기가 들어왔고 아주 작은 날 컷들은 무사통과였다.

우리 사회에는 이 방충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제 할 일 하는 사람들이다. 군인들은 육해공 삼면에서 외적의 침입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은 채 철통같은 방어를 하고, 경찰은 행여나 국민들의 편안한 삶이 깨질까 봐 밤낮으로 헌신적인 방범활동을 하고 있으며 남들 다 쉬는 명절 날 같은 때는 더 바쁘게 치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양경찰은 내국인의 불법 어로는 물론 우리 바다의 물고기를 몰래 싹쓸이해 가는 중국 어선들을 물리치기 위해 매일 온몸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으며,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맨 먼저 달려가 인명을 구조하니 이 방충망이 없다면 우리 바다의 황폐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소방대원들은 어떤가? 밤낮으로 대기하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달려가서 목숨을 걸고 진화를 하며 인명을 구한다. 또한 ‘문명의 발달이란 없어도 될 것들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대로 지구상 모든 나라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 경제대국들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 아래 온갖 잡다한 생산품을 쏟아내고 있다. 영원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비닐 등 환경파괴는 물론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물건들이 매일 수백만 톤씩 만들어지고 또 그 만큼씩의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 강을 통해 바다로 떠내려간 이들 쓰레기를 잘못 먹은 물고기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고, 인간들은 스스로 만든 재앙에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청소미화요원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니 당연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야말로 우리 지구의 환경지킴이요 엄청난 재앙을 예방해주는 환경방충망이다. 이들은 무거워 힘에 겨운 폐기물은 물론이고 온갖 악취가 나는 음식물쓰레기에 별별 잡동사니들을 하루에도 몇 톤씩 일정 장소로 옮기고, 어떤 이들은 그걸 재활용, 매립, 소각으로 분류하여 우리의 삶에 오염을 줄여주는 방충망 역할을 하고 있다.

금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 만연한 구제역(FMD)이나 여러 가축 질병, 그중에서도 전염이 빠르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 중부지방에 급속히 번졌다. 매몰처분과 방역 등에 밤낮을 고군분투하는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은 뚫려버린 방충망을 원상복구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저질러놓고 인간의 노력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무서운 재앙, 아예 방충망 자체를 제작할 수도 없는 커다란 불행, 그것은 미세먼지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 기후 온난화를 초래하여 사막은 넓어지고,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물건을 생산한답시고 공장 굴뚝마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다. 거기다 주차할 곳조차 부족할 정도로 많은 자동차가 쏟아내는 매연 덕에 도시에서는 아예 숨을 쉬기조차 어렵다.

여기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미세먼지까지 합세하니 우리나라는 연중 상당한 날들을 혼탁한 미세먼지 공화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언제쯤 이를 막아낼 방충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1960년대에 ‘내가 어른이 되어 그럴 수 있는 자리에 있게 된다면 청소부, 우편배달부, 경찰의 월급을 제일 많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학생시절에는 도시에서 분뇨를 퍼 싣고 힘들게 끌고 가는 아저씨의 냄새 나는 수레만 보면 쫓아가 밀어주었다.

비록 월급 올려주는 일을 실현하지 못했지만 집배원이 배달 물량이 너무 많아 과로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하거나 무거운 쓰레기봉지와 함부로 버린 커다란 쓰레기를 청소차에 힘들게 싣는 미화요원들 그리고 부부싸움 소리만 크게 들려도 달려가야 하는 경찰들을 보면 ‘아! 저들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방충망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외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말없이 충실하게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제각기 분야에서는 방충망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이 모든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