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 앞에 선다.
어느덧 몸과 마음이 정갈해진다.
초록의 강을 징검다리처럼 건너와
노랗게 물든 시간 앞에 숨도 멈춘다.
엄숙한 마음으로 나무를 찬양하는 것은
오늘 하루 짧은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천년의 휴식을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늘에 앉아 늙어가는 인간사를 물으니
나무는 수천 가지로 뻗은 팔을 흔들어
천년의 말씀을 전해주며 어깨를 다독인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 늙어가는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란다.
비록 상큼한 향기를 전하진 못하지만
나무는 천년 동안 소중한 그늘을 만들었단다.
나뭇잎 저희끼리 햇살처럼 노랗게 부서지며
천년의 바람 소리로 속삭인다.
천년쯤 살아보았느냐고, 천년쯤 흔들려 보았느냐고,
뿌리 깊은 시간 앞에 지켜온 이 자리
흔들려도 흔들릴 수 없다고, 그대 있음에
나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다정한 손을 내민다.
임미리 프로필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시 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 수필집『천배의 바람을 품다』등
․ 문학박사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한국작가회의 회원
․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군민신문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