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군의 축령산에 가면 암 환자들이 많이 찾아와 피톤치드(phytoncide)가 많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병 치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립 산림과학원 피톤치드 연구팀은 “축령산 편백나무숲 공기중의 피톤치드를 분석한 결과 천식을 일으키는 곰팡이 ‘알터나리아 알터나타(alternaria alternata)’에 대해 항균 효과가 있는 ‘사비넨(sabinene)’성분이 ㎥당 0.4㎍ 함유된 것을 확인했으며 축령산 편백숲의 피톤치드 농도가 강원도 소나무숲보다 53% 이상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우리고장의 모후산은 어떨까?
나는 모후산에서 폐암을 이겨냈다. 2010년 폐암 3기 확진에 왼쪽 폐의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주사를 맞으며 여기저기 편백숲을 찾아가 요양을 했다. 1년 후 고향 사평으로 이사를 한 나는 7년 동안 거의 매일 모후산 편백숲을 찾았다. 모후산 남쪽 산책길 곁에는 개인이 심어놓은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만 그루나 펼쳐져 있다. 가히 피톤치드 생산공장이라 할 만한 양이다. 그 편백숲이 나를 살려낸 것이다. 광주에서 화순 너릿재를 막 넘으면 공기가 달라진다. 숨을 쉴 때 느끼는 맛이 다르다. 청량감이 훨씬 많이 느껴진다. 그런데 모후산 초입에 들어서면 이제는 공기가 숫제 달다. 뭐가 그런 느낌, 그런 맛을 주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래서 내일도 가고 모레 또 가고……

수술 후 2년이 채 안되어 나는 안색이 좋아지고, 몸에 힘이 생기고, 삶의 의지도 더 강해져갔다. 결과로 나는 8년 만에 ‘완치’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틈만 나면 모후산으로 달려간다.

∋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는 모후산은 어떤 산인가?
모후산은 해발 고도 918.8m의 고봉이다. 중생대 화강편마암의 특성으로 오래 동안 풍화를 받은 흙산의 성질을 갖고 있어 산세가 넓게 퍼지고 중후하다. 산줄기는 남북 방향으로 이어지며 화순군과 순천시 및 곡성군과의 경계를 이루는 매봉산·밤실산·운월산 등으로 이어지나 남쪽에서 주암호에 가로 막힌다. 이러한 지세로 주로 좌우로 분수령을 이루고 있지만 모후산의 물줄기는 모두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으로 합류된다. 산세가 치마폭처럼 넓고 완만하여 계곡이 넓고 물이 풍부하다. 특히 삼림이 잘 우거져 녹색댐(숲이 홍수와 가뭄을 조절해 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함)의 효과가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 내남천과 편백길 4km
사평에서 고흥으로 십리를 내려가다가 유마사 쪽으로 방향을 틀면 모후산에서 발원한 내남천이 흐르고 그 오른편으로 냇물을 따라 편백길이 시작된다. 조성한 지 10여 년이 넘었는데 부드러운 흙길 양편에 조밀하게 심어진 편백나무는 편백터널을 이루어가고 있고 그 길이는 무려 4km나 된다. 아는 사람들은 벌써 그 길을 걸으며 맑은 계곡물에서 제공하는 음이온과 편백나무가 선물하는 피톤치드와 사비넨을 만끽하고 있다.

∋ 목재 체험장
모후산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바로 박물관이 나오고 그 위에는 생태체험장 그리고 바로 옆에는 거대한 목재체험장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4개동의 체험장에는 온갖 목재와 기계 공구들이 갖추어져 있어 방문객들은 아름답고 깨끗한 숲속에서 다양한 목공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 체험장에는 유명한 개미조각가의 예술작품 제작, 전시장이 함께 있어 멋진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 소나무와 잡목
2013년 태풍 솔릭이 할퀴고 갔음에도 모후산에는 아직 제법 많은 소나무가 살아남아 있어서 방문객에게 편백처럼 피톤치드를 선물하고 있다. 또한 수백 종류의 잡목이 우거져 수목전시장을 이루고 그 숲에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은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선물한다. 이들 새소리는 피곤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위로해 주는데, 특히 ‘휘 휘 휘 휘잇-’하고 노래하는 ‘휘파람새’는 그 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들과 대화라도 하는 듯 잡목 사이를 옮겨가며 목청을 자랑한다.

∋ 잘 보존된 바위
우리나라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에는 어디나 집채더미 만 한 바위들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보기 좋은데 우리 모후산에는 더 많은 바위들이 자리잡고 앉아 있으며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높은 산으로서의 정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 산삼 시배지
모후산은 국내 산삼의 최초 발원지이자 대량 자생지이며 후일 고려 인삼의 시배지로서의 역사성을 갖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동북방향인 현재의 순천시 주암면 일대에서 산삼을 발견하고 이의 씨를 받아서 모후산에 재배한 것이 고려 인삼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군에서 본격적으로 산양삼과 다양한 약재식물을 산의 도처에 재배하고 있어 머지않아 모후산은 최고의 산약 생산지가 될 것이다.

∋ 고로쇠물, 산딸기, 산나물
해마다 2월 중순에서 4월 초순까지 모후산에서는 흡수 속도가 빨라서 소화도 잘 되고 신경통, 허약체질, 당뇨병, 신경통, 위장병, 피부병, 임산부의 여러 잔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는 고로쇠물이 많이 생산되어 아는 사람들은 유마리 주민들이 받아놓은 깨끗한 고로쇠물을 마시러 봄이 열리자마자 달려오곤 한다.

뻐꾸기가 짝을 찾는 노래를 부르는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면 산책로 바로 곁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검게 익어 달콤한 딸기를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으면 자연에게, 모후산에게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그 뿐인가? 청정지역의 봄쑥, 취나물에 고사리 그리고 드룹순 등 온갖 산나물들이 ‘어서 날 좀 가져다 드시라’고 깨끗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이 모후산이다.

∋ 앞으로 개발할 점
이 좋은 모후산은 정상에 강우레이더를 건설하며 설치한 모노레일 때문에 사정없이 파헤쳐져 어디서나 바라보면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하루속히 모노레일 주면에 나무를 심고 산의 아픔을 치료해야 한다. 또한 모후산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그 넓은 편백숲에서 쉬면서 암과 같은 중병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우선, 접근성인데, 광주에서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40분 걸리는 모후산은 광주 인근의 어느 유명산과 비교해도 거리가 멀지 않다. 단지 모를 뿐이다. 이제 모후산이 얼마나 가까운지, 얼마나 좋은 산인지를 사람들이 많이 알게만 하면 된다. 소유자와 협의하여 편백숲에는 편하고 아름다운 쉼터를 많이 만들고 목재체험장으로 가는 좁은 길과 주차장을 훨씬 더 확장하고 유치원아들로부터 초·중·고생들까지 학교단위 또는 가족단위로 찾아와 귀한 목재체험을 하고 자연사랑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순천으로 넘어가는 말거리치를 좌측으로 돌아내려와 유마사로 가는 산책로를 재정비하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신병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 마련인데, 군에서 산자락에 소규모 황토방을 상당 수 세우고 마을 주민들이 관리를 하며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제언해 본다.

∋ 주변 관광지와 연계
모후산 초입에 중국 당나라의 유마운이 창건한 유마사가 있다. 산행을 위해 유마사를 통해 산막골을 거쳐, 용문재를 지나 오른쪽 능선을 타면 상봉에 이른다. 이곳에는 큰 묘와 헬기장이 있다. 상봉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가면 집게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집게봉에 다다르며 뱀골로 가면 유마사로 내려오게 된다. 산행 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주변 관광지로 유마사 외에 화순군 이서면의 물염적벽, 보성 접경의 대원사, 백민 미술관, 서재필기념관과 생가, 동복의 오지호 화백 생가 및 기념 미술관, 동복면의 한천 농악 전수관, 둔동 숲정이, 김삿갓 종명지, 남면의 사평 폭포, 임대정원림, 퓨어존 사평의 다양한 시설, 물사랑 쉼터 등이 있다. 주변 특산품으로 동복청, 사평 다슬기탕과 매운탕, 기정떡 등이 유명하다. 우리고장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경관을 놓치지 않고 함께 둘러보고 특별한 음식맛을 보고 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