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화를 보려면 광주시에 까지 나가야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읍내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읍내에 새로 개장한 시네마는 시내 영화관과 비교하여 안락한 의자 등 결코 뒤지지 않는 환경으로 지역민에게 문화 생활을 하게 해주고 있다. 군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남산 영화관을 향하면서 아내는 휴지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매점에서 휴대용 휴지를 구입하고 영화관에 입장하였다.

장사리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을 교란시켜 인천 상륙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동해안 장사리 상륙 작전에 참여한 학도병들의 전쟁 실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상륙작전에는 정규군이 아닌 학도병 위주의 게릴라군으로 편성되었다. 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생활이 조금 궁핍하기는 하지만 선생님의 꾸중,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며 젊음을 즐기는 보통의 학생들이다. 젊음!, 청춘예찬!,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입에 침을 튀어가며 열강 하시던 그 젊의 의미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순간마다 되새겨진다.

아름답고 예쁜 그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한 이유는 무엇 이였을까? 그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사명감이 있었을까? 학도병 중에는 평안도에서 태어나 625 전쟁 중에 남쪽으로 피난한 학생도 있다. 학생은 북한군에게 죽임을 당한 부모 형제들에 대한 보복을 위해 자원하였다고 한다. 집안의 종손인 오빠를 대신하여 지원한 여학생도 있다. 부모님의 보복을 위해 지원하였다는 학생은 후방 공급 지원 지연으로 인한 배고픔을 해결해야 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들어선 집에서 인민군으로 참여한 사촌 동생과 조우하는 장면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생각하게 하였다.

인민군에 대한 분노와 동료 학도병에 대한 분신으로 서로 간에 총구를 겨누고 와중에 동료 학도병의 총에 사촌 동생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무릎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촌 동생을 껴안고 한없이 분노하는 학생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을 것이다. 아내가 휴지를 구입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빠를 대신하여 지원한 여학생은 본인의 신원이 탈로 날까봐 친구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 당부한다.

10여 일의 군사 교육을 받고 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활약상은 전투의 성과를 떠나 처절함 그 자체였다. 학도병을 먼저 후송선에 태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사선을 지휘한 군인, 동료 학도병의 사촌 동생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학생은 자책감에 군인 아저씨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던 학생은 후송선을 타러 가다 돌아와 마지막까지 싸우다 산화한 장면은 손수건을 흠뻑 젖게 하였다. 오빠를 대신하여 지원한 여학생이 겨우 후송선까지 다다라 배에 오르다 팔에 힘이 빠져 바다로 덜어지는 장면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에 학도병이 자원한 이유가 무엇 이였을까? 장사리 작전에 투입된 학도병의 자원과 관련하여, 요즈음 조국사퇴 및 검찰개혁 관련 정치 집회에 참여하는 관중들의 참여 의지가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을 얘기하고 싶다.

언론 보도나 정치 평론가들의 말을 들으면 어찌 그리 각자의 입장에서만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모르겠다.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각자의 주장에는 그만한 논리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그들만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에 대해서 나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유보하겠다.

최근에 이와 같은 각 집단의 정치적 군중 집회에 참여하는 관중들이 동원되었다느니 스스로 참여하였다니 하면서 말이 많다. 분명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든 또는 정치집단의 동원에 의한 것이든, 집회에 참여한 군중들은 하나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가? 본인을 대변해 줄 정치집단에 동조해서인가? 장사리 전투에 참여한 학도병은 정치 집단이 아닌 국가를 위해 자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