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공연히, 알 수 없이 거북한 느낌, 불편한 감정, 혐오감, 경멸감 등이 일어난다면, 내면에 억압된 또 하나의 부정적인 나의 모습 즉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반려자 그림자’가 아닐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그 불편한 마음에는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온 바로 그 성격,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내재돼 있던 열등한 ‘그림자’가 상대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자신이 주창한 분석심리학에서 무의식이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의식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마음의 세계임을 밝히며 ‘그림자’, ‘아니마 또는 아니무스’, ‘자기(Self)’로 분류하여 각각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이를 정리했다.

이 책은 저자 이부영 교수가 융이 분석해 놓은 무의식의 세계 중 의식 세계에서 덮어두거나 홀대했던 자신의 어두운 그늘 같은 ‘그림자’에 대한 정의와, 수년간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례들을 같이 제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 살아가면서 필연이든 우연이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그들 중 왠지 모르게 싫은 사람도 있고 이유 없이 내 비위에 거슬리는 동료, 선배, 후배가 있을 수 있다. 또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그 사람에 관한 말이 나오면 공연히 기분이 언짢아진다든가 ‘그’ 또는 ‘그녀’에 관한 좋지 않은 평을 꼭 한마디 하고 지나가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할 경우, 여기에도 그림자의 투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투사란 어떤 대상에 대해 강력한 감정반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 대상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투사가 일어났을 때 자아는 그 대상에 대해 초연해질 수도 무관심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제3자의 눈에는 비난하고 있는 그가 비난당하고 있는 이의 성격과 경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음이 보인다.

그럼 대상에게 투사된 그림자 상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되찾아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타인에게 투사된 자신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냉철하게 의식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큰 용기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주위에 유난히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비위를 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속에 감춰두고 싶었던 고약한 그림자를 인식하고 표현하고 경험하게 되면 오히려 그림자가 우리를 성숙한 인격으로 변화시켜 주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