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더 유명한 안도현 작가가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이야기』. 꽤 오래전 이 작가의 작품 『연어』를 읽었을 때 그 가슴 떨렸던 감흥이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우연히 접하게 된 『연어 이야기』는 첫 작품 『연어』를 읽었을 때의 그 떨림보다는 세계를 바라보는 안도현 작가의 통찰력에 차분하게 빠져들었다.

『연어 이야기』는 ‘알’인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두려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말랑말랑한 구슬” 연어알이 자신이 태어난 강을 떠나 바다를 향해 헤엄쳐 가면서 두려움의 껍질을 깨고 성숙한 연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시적언어들로 스케치하고 있다.

암컷 연어 ‘나’는 수컷 연어 ‘너’를 어느 날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너와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누군가를 온전하게 만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만나고 있을까... 타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만남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자신의 내면에서 아우성치는 소리와 아픔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억누르거나 방치함으로써 더 아파져 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 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물속에 사는 것들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들... 물 바깥세상 그리고 온 우주가 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인류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이들은 희망하지 않는가. 혼자서 앞서 나가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조화로운 세계로 나아가길...

‘별똥별은 우리에게 그것이 떨어진 곳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바다도 마찬가지지. …… 바다는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니까.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니까 연어들은 그곳으로 가는 거야. …… 그 누구도 혼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네가 자유로워야 내가 자유로운 거야. 마찬가지로 내가 자유로워야 너도 자유로운 거지. 바다는 혼자가 아닐 거야. 바다는 자유니까!

천재적인 언어의 연금술사 안도현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이야기』를 여행가방 속에 넣은 후 피서지로 떠나면 어떨까... 한여름 까만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혹여 만나기라도 한다면 ‘자유의 바다를 꿈꾸는 한 마리 연어’가 되어 자유를 만끽하는 상상에 흠뻑 젖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