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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건달의 다리 사이를 기어간 영웅 ‘한신(韓信)’
작성 : 2019년 07월 16일(화) 13:24 가+가-
한신(韓信)의 초반부의 삶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너무 가난한데다 방종해서 추천을 받아 관리도 될 수 없었고 장사를 해서 살아갈 능력도 없었다. 거기다가 남에게 빌붙어 얻어먹고 사는 처지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한신이 ‘정장’이라는 사람의 집에 얹혀사는데, 정장의 부인이 몇 개월 동안 빌붙어 사는 한신이 미워, 식구들의 밥을 새벽에 다 먹이고 한신에게는 밥이 없다고 주지 않는다. 분위기를 파악한 한신은 그것으로 정장과 인연을 끊는다.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허우대가 멀쩡한 청년 한신이 긴 칼 한 자루만 차고 다니면서 아무런 밥벌이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 하는 것 같아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한신이 고향 회음의 시장 거리를 거닐고 있을 때, 시장통의 건달 하나가 한신에게 시비를 걸어 왔다. ‘야, 넌 늘 칼만 차고 다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겁쟁이지? 그 칼로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으면 나를 죽이든지 못하겠으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라고 했다. 한신은 그 건달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그 건달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갔다. 이 일로 시장바닥은 물론 그 지방에서까지 겁쟁이라고 소문이 났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훗날 유방의 군영에서 큰 공을 세워 초왕이 된 한신은 장정을 찾아가 ‘은혜를 베풀려면 끝까지 베풀었어야지.’라며 장정에게 극히 적은 금액 1백전만 보상해 준다. 또한 시장 바닥에서 망신을 준 건달도 찾았다. 그 건달에게 무서운 벌을 준 것이 아니라 순찰을 도는 중위라는 벼슬을 내린다. 그러면서 한신은 “내가 그때 이 사람을 죽일 힘이 왜 없었겠는가? 그런데 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준 모욕과 수치심을 잘 참고 견딜 수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 그 치욕을 견디면서 나는 반드시 출세하겠다는 마음의 자세를 더욱 단단히 갖게 됐으니 고마운 존재 아닌가? 그래서 벼슬을 준다.” 고 말한다.

비록 남에게 빌붙어 얻어먹고 남의 다리 사이를 기어갔을망정 한신의 포부는 컸기에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았다. 한순간의 굴욕을 견디면서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신을 알아준 소하와 유방을 만나 전장에서 대장군이 되어 큰 뜻을 펼치게 된다.

이후 진의 항량(項梁)이 회수를 건널 무렵, 한신은 칼 한 자루에 의지해 그를 따라갔다. 항량이 싸움에서 패배하자 이번에는 항우 밑에 들어가 낭중이 됐다. 한신은 항우에게 몇 차례 계책을 올렸으나 하급관리인 주제에 뭘 알겠느냐며 번번이 묵살 당하자 항우 진영에서 탈출한다.

항우군에서 탈출한 한신은 유방이 촉으로 들어가자 그의 휘하에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서도 역시 미관말직에 머물게 된다. 유방이 한중 땅의 수도 남정까지 가게 됐는데 수십 명의 장수가 무리에서 도망친다. 한신 또한 여기서도 내가 인정받지 못하나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고 도망을 친다.

그러나 한신의 그릇을 알아봤던 소하가 탈영한 한신을 몇 날 며칠 쫓아가 붙잡아 유방에게 천거한다. 그러면서 유방에게 “도망친 다른 장수들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한신에 견줄 만한 인물은 없다. 왕께서 계속 한중의 왕으로 만족하신다면 한신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천하를 놓고 다투려 하신다면 한신이 아니고는 일을 함께 꾀할 사람이 없다. 한신만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으니 왕께서 선택하십시오.”라고 천거의 이유를 전한다.

한왕조 건국 세 영웅호걸 중 한 사람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의 공로자 한신. 그러나 그의 말로는....
- 다음 호에 계속
김지유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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