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청백리(淸白吏)’는 박물관이나 역사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백리(淸白吏)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부패방지(腐敗防止)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청백리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 깨끗한 공직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청백 (淸白)’이라는 말은 ‘청렴결백(淸廉潔白)’의 약칭으로 동아시아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료의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영춘 외 지음, ‘조선의 청백리’)

그런데 청백리는 국어사전에 나오듯이 ‘성품과 행실이 올바르고 무엇을 탐하는 마음이 없는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청백리는 이런 소극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인의(仁義)가 넘치는 관리라야 청백리(淸白吏)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하면 청(淸)은 인(仁)에 해당하며 백(白)은 의(義)에 해당한다. 서울의 동대문인 흥인문(興仁門)이 인(仁)을 상징하고, 서대문인 돈의문(敦義門)이 의(義)를 상징하는 문(門)이듯이 청백(淸白)은 인(仁)과 의(義)의 심볼이다.

일찍이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인(仁)의 단초이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의(義)의 단초라고 하였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 수치스러움을 깨달으면서 살고, 불의를 증오하는 마음이 바로 정의다. 1910년 한일병탄(韓日倂呑)을 수치로 알고 자결한 매천(黃玹)이 그렇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증오(憎惡)하여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安重根)이 그러한 (義人)이다.

한편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청백리는 작고한 사람들에 대한 호칭으로, 살아 있을 때는 염근리(廉謹吏)라고 불렀다 한다. 국어사전에는 염근리(廉謹吏)를 ‘청렴(淸廉)하고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관리(官吏’)로 정의하고 있다. 즉 염근리(廉謹吏)는 청렴(淸廉)과 근신(謹愼)이다.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하며, 근신(謹愼)은 말이나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

그런데 청백리가 청렴결백한 사람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관리이듯이, 염근리(廉謹吏)도 청렴하고 조심성 많은 관리가 아니라 염치(廉恥)와 근정(勤政)하는 관리를 말한다.

염치는 흔히 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말처럼 수신(修身)을 철저히 하는 것이고, 근정은 백성을 위하여 부지런히 정무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조선을 건국한 삼봉 정도전(鄭道傳)이 경복궁을 만들면서, 임금이 정무(政務) 보는 곳을 근정전(勤政殿)이라 이름한 것은 임금이 부지런히 민생을 살펴서 백성을 편안하고 살찌우게 하라는 의미였다. 민생을 살피면서 백성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같이 하고 여민동락(與民同樂)하는 이가 바로 청백리이고 염근리이다. 책상에 앉아서 몸가짐만 깨끗하게 하고 뇌물은 아예 안 받지만 공무(公務)는 적당히 하고 시간만 때우는 공무원, 백성의 어려움과 아픔은 전혀 생각 안하고 백성과 소통 안하는 공무원은 공무원(公務員)이 아니다.

지금은 청백리(淸白吏)가 너무나 그리운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청백리에 오른 관료로 황희(黃喜), 최만리(崔萬理), 이현보(李賢輔), 김장생(金長生), 이항복(李恒福), 맹사성(孟思誠), 이원익(李元翼)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관직에 있으면서 관료로서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오늘에까지 그 이름이 명예롭게 전해오고 있는 것은 관리로서 귀감(龜鑑)이 되었기 때문이다.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은 것을 잃는다고 했다. 일생 동안 쌓은 명예를 하루아침에 탑이 허물어지듯 하는 것을 보면서 공직자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임을 짐작케 한다. 청백리에 오른 사람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들이라 해야 할 것이다. 가장으로서의 모범이며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이원익 선생의 집에는 비싼 가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책만 쌓아두고 학문에만 열중했다. 이원익 선생은 네 번이나 재상을 지냈지만 헌집은 겨우 비를 피할 정도였다. 마음만 먹으면 호화로운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었으나 선생은 백성의 편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백성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런 위정자가 어찌 청백리가 되지 않을 수 있었으랴.

​인조가 이 소문을 듣고 몰래 선생의 집을 방문했다. 방바닥에 멍석이 깔려 있었다. “허, 멍석에 등을 비비면 시원하겠군.” 인조는 청렴한 생활을 눈으로 확인하고 감탄했다. 인조는 비단 필과 비단 이불을 하사했다. 그러나 오리대감은 “명분 없는 물건은 어느 누가 내려주어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임금의 하사품을 돌려보냈다. 인조는 혀를 내두르며 탄복했다. 오늘의 시점에서 오리대감 이원익 선생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웬 까닭일까. 오늘의 위정자들이 너무 부패했기 때문이다. 옛 선비들의 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다.

황희 정승(黃喜政丞) 반구정(伴鷗亭)
반구정(伴鷗亭)은 고려 말에서 세종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임금을 보필하고 89세로 장수(長壽)하였던 청백리 황희(黃喜) 정승(1363~14520)이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 돌아와 갈매기를 벗 삼아 지낸 곳으로 임진강 하류의 절경 지역에 세워진 정자이다. 바로 위쪽에 앙지대가 있다. 분단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철조망이 반구정 언덕과 임진강을 가로막아 낙조(落潮)가 들면 더 없이 슬픔과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허목(許穆)의 반구정기에 조수(潮水)때마다 백구(白鷗)가 강 위로 몰려들어 모래사장 벌판에 가득하다"라고 하였다. 1452년 황희정승은 세상을 떠나자 유덕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방촌 영당(厖村靈堂)과 제사를 지내는 경모제(敬慕齋)가 구역 내에 있으며, 임진강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황희 정승의 묘는 반구정에서 문산 쪽으로 가다가 탄현면 금승리 산능선에 있다. 황희 정승은 좌천, 파직, 귀양살이 등을 당하면서도 60여 년간 관직생활을 통해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돕는 등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순신(李舜臣)은 임금 아닌 백성의 신하(臣下)였다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저는 기댈 데 없는 백성들의 신하가 되고 싶습니다)."
<소설가 정찬주(65)가 최근 내놓은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

조선시대 청백리
조선시대 3대 청백리(淸白吏)로 아곡 박수량 (我谷 朴守良), 방촌 황희(厖村 黃喜), 고불 맹사성 (古佛 孟思誠)을 손꼽는다.
아곡 박수량(朴守良 1491-1554)은 장성군 황룡면 출생하여 명종 때 나이 23세에 진사과 다음 해에 문과에 합격하여 38년 동안 고부 군수, 함경도와 전라도관찰사 호조판서, 한성판윤(서울시장) 등의 벼슬을 하면서도 집 한 채 없이 청빈(淸貧)하게 살았다. 그리고 장례비용도 없을 정도로 청렴하게 살아가신 분으로 묘비에 비문 공적내용이 없는 백비(白碑)라 청백리 시 정혜공 박수량 “淸白吏 諡 貞惠公 朴守良”의 묘비라.

오리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선생 오리문화제는 ‘오리 이원익-시대를 넘어 청렴을 펼치다’를 부제로 열리며, 조선시대 청백리(淸白吏)의 대표 오리 이원익 대감의 청백리 사상을 재조명하고 청렴한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공직자, 기업인, 단체 구성원과 모든 국민이 아곡 박수량 선생, 방촌 황희 정승, 고불 맹사성 등의 청백리정신을 교훈 삼아 청렴결백한 생활을 다짐하고 청백리 황희 정승 시 한수 읊어본다.
吾儕神後事 (오제신후사) 우리들이 없어진 뒤의 일은
知守一廉者 (지수일렴자) 단지 청렴할 염자 하나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효제충신하고 예의염치에 청백리 정신에 무궁화를 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