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楚漢)의 유방과 항우, 양자대결에서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장장지지(將將之智) 즉 장수를 손과 발처럼 부려 천하를 거머쥘 수 있었던 지혜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항우는 힘만 셌지 인재를 거두지 못했다.

유방은 장량, 한신, 소하 등 인재를 두루 포용했다. 이 중 소하는 유방보다 몇 살 어리지만 유방 옆에서 결정적인 일을 하며 형님 같은 역할을 했다.

소하는 송 상국 패현 풍읍 사람으로 패현 주리의 하급 벼슬아치를 지냈으나 법률에 통달하여 일처리 하는 것이 그와 비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평했다.

소하의 탁월한 행정력은 진나라가 어사가 탐을 낼 정도였는데 소하는 한사코 사양하면서 절대로 가지 않았다.

유방이 벼슬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소하는 여러 차례 벼슬아치 신분으로 유방을 보호해 주었다. 유방이 벼슬아치가 되어 험한 사명을 받아 여러 죄수들을 이끌고 함양에 가야 했을 때 다른 벼슬아치들은 모두 유방에게 삼백 전을 주었으나 소하만은 오백 전을 주었다.

이후 유방을 주군으로 모시게 됐을 때 유방이 제후들과 초나라를 공격할 때 소하는 관중을 지키며 태자를 모셨다. 항우와 결전을 벌여야 할 때 후방을 맡아 유방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해 줬다.

유방이 진의 수도 함양에 입성했을 때 여러 장수들은 앞 다투어 금과 비단과 재물이 있는 창고로 달려갔지만, 소하만 ‘진나라 승상부와 어사부의 법령과 도서’들을 거두어서 감추었다. 진나라의 법체계와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는 도서들이었다. 이 사실을 보더라도 소하의 관심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평생 나라의 체계를 바로 갖추는데 필요한 행정적인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한 왕이 된 유방이 천하의 험준한 요새와 호적, 인구수의 많고 적음, 물자가 많거나 적은 곳, 백성이 고통스러워하는 것 등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 이는 소하가 진나라의 그림과 도서 및 문서들을 손에 넣은 후 유방에게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소하는 법령과 규약을 만들었고, 종묘, 사직, 궁실과 현읍을 세웠는데 그 때마다 유방에게 아뢰어 유방이 옳다고 하여 허락을 하면 일을 처리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절대 독단적으로 처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왕으로서 유방의 권위를 세워주면서 항상 그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유방은 고질적인 의심병을 가지고 있어서 늘 소하를 의심했다. 소하는 그러한 유방의 마음을 잘 맞추고 만질 줄 아는 신하였다.

다음 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