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하였다. 윤석열 후보자 지명에 대한 여론을 보면, 국정농단 사건 ·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 불법 대선자금 사건 ·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 삼성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로,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강직한 검사로서 검찰 개혁에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반면에 일부 야당에서는 코드인사로 사실상 현 정권의 반대 세력들에 대한 탄압이나, 청와대의 맞춤형 사정정국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세간의 평가가 어찌되었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되면,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임명을 할 수 있어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 시대의 도래는 움직일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취임을 전제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역대 그 어느 검찰총장보다도 큰 상황인데, 필자는 크게 세가지 부분에서 윤석열호의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윤석열 호의 출범으로 검찰의 세대교체를 기대해 본다.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수원 18기이고 신임 윤석열 총장은 23기로서 연수원 기수로 보면 5기나 아래인 파격적인 후배기수 발탁이 되는데, 윤석열 총장보다 윗 기수의 고위 검찰 간부가 42명 중 29명에 이른다고 한다.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조직 특성상 윤석열 총장이 취임하면 앞선 기수의 고위 간부 대부분이 사표를 낼 것으로 보여 자연스럽게 연수원 23기 이하로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는 최근 검찰 개혁의 흐름 및 현 정부의 개혁 정책과 맞물려 검찰 조직이 획기적으로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호기로 받아들여진다. 단순히 젊다고 개혁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승진을 거듭하여 검찰 고위직에 오른 다수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중견급 간부들이 채워나간다는 것은, 속도감 있는 검찰 개혁을 기대할만한 기반이 다져지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향후 검찰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세대교체라는 연속선상에서 둘째로,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현 검·경 체제는 해방 이후 일제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의 사법체계를 그대로 답습해 오다보니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도 기소독점주의라든지 기소편의주의에 따른 검찰 권력의 비대화 및 경찰 권력의 상대적인 왜소화가 지적된다. 단적으로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데, 경찰 단계에서 작성되는 피의자신문조서는 재판 과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반면에 검찰 단계에서 작성되는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가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특별한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증거로서 채택된다. 아울러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권을 검찰만이 갖고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검찰만이 갖고 있으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사만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해방 이후 초기 사법체계에서 검찰은 사법절차에 대한 고등 지식을 갖춘 엘리트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경찰은 아직 인권 의식도 부족하고 수사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한 집단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전제로, 검경 수사권을 검찰에 과도한 밀어주기식 권력 분배를 해온 측면이 많다. 그렇지만 이제 경찰 조직도 국가경찰(중앙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되고 수사는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추세며, 경찰대학교나 경찰간부학교 및 기타 고등 지식을 습득한 우수한 인재들이 조직의 상당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일정 유형의 형사범죄는 경찰에게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하고, 검찰은 제한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의 제도 변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셋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검찰이 더 이상 반대 없이 적극 협조하여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권력형 비리나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연루된 범죄는 그동안 특별검사제도(특검)를 통해 수사를 해왔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기존 검사가 아닌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기소하게 하는 제도로, 검사가 아닌 변호사를 한시적으로 특별검사로 임명하여 검찰 상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검은 국회의 합의를 통해 한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정략적으로 흐르기 쉽고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특검의 상설화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수처는 특검이 맡았던 역할을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특검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공수처 설립은 검찰 권력의 분산과도 관련이 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함으로써 검찰권력이 비대해지고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폐해를 낳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런 이유로 검찰을 감시하고 견제할 기관으로 공수처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검찰 권력 견제 측면에서 공수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고, 현재까지 검찰은 두가지 모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신임 검찰총장은 다수 국민의 여론에 부응하여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를 기대해 본다.

후보자는 다른 대학 동기들에 비하여 사법시험 합격이 7-8년 늦고, 2014년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대구고검 검사로의 좌천성 인사발령 이후에도 2016년 말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합류할 때까지 검찰 조직에 남아 있었다. 그는 좌천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을 하였고, 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이지 검사냐” 등 발언으로 검찰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후보자의 끈기와 인내심, 강직한 성품에 대한 평가는 위 경력 및 두 개의 어록으로 충분할 것 같다.

신임 검찰총장에게는 특정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신설과 관련하여,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방안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중단 없는 개혁 완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