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Gothe(1749-1832)의 『파우스트』는 괴테의 순수한 창작이 아니라 15세기 말, 16세기 초에 실재했던 전설적인 인물 게오르크 파우스트Gerog Faust(1480-1540)에 관한 이야기가 바탕이 된 작품이다.

게오르크 파우스트는 아이델 베르크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나 돌팔이 의사, 점성술사, 마법사 등으로 명성이 자자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여러 곳을 전전하던 중 연금술 실험을 하다 폭발사고로 죽었는데, 그의 삶과 죽음이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악마와 관계를 맺었다든가, 죽을 때 악마가 데려갔다든가 하는 과장된 소문이 독일 전역에 펴져 있었고 이러한 이야기가 민중본 『파우스트』에 먼저 실렸다.

작품 속 파우스트는 모든 학문과 지식을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의 향락과 부귀영화를 맛보고 싶고 우주의 신비를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고 그의 하수인인 메피스토필레스의 안내를 받아 천국과 지옥, 지상의 온갖 나라들을 구경하고 갖은 향락을 누리지만 결국 24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끝나 파멸에 이른다.

이런 의미에서 민중본의 파우스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 자의식을 바탕으로 무한한 자기실현을 꿈꾸었던 16세기 말 당시 지식인의 전형이다. 따라서 민중본의 파우스트 이야기는 인간 이성의 중세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자유를 갈망했던 시대의 비극적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로서는 참된 신앙을 저버리고 이러한 욕망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죄악이기 때문에 민중본의 파우스트는 결국 지옥에 떨어지는 것으로 처리된다. 파우스트 이야기는 루터 M. Luther를 비롯한 당시 많은 독자들에게 비기독교적인 지적 호기심과 신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인간적 오만함에 대한 ‘종교적 경고서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그가 60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 대작으로 괴테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만하다. 괴테의 작품 속 파우스트는 의욕과 충동, 고뇌와 도전 속에 사회적 규범과 한계를 벗어나 온갖 영욕을 체험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등 온갖 방황을 계속하지만, 결국 그의 영혼은 구원을 받게 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대 전제하에 괴테의 파우스트는 기존의 저주받은 영혼에서 인간의 한계에 맞서는 거인으로 새롭게 재조명된다는 점에서 민중본 파우스트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