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무궁무진할 정도다. 그 중에서도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중국역사는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히스토리(history)여서 이와 관련된 책을 손에 잡으면 밤새우기 일쑤다. 특히 만화작가 고우영의 십팔사략은 더욱 그러하다.

고우영의 십팔사략 제2권은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첫 번째 패자(霸者)인 제환공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강태공의 12대 손이었던 제환공은 제희공의 셋째 아들로 왕위에 오르지 못할 처지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부(師父) 포숙아의 보필을 받아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제환공은 포숙아의 진언(眞言)을 수렴하여 정적(政敵)인 둘째 형 규(糾)의 사부(師父)로 지내며 자신을 시해(弑害)하려했던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삼았다.

재위 기간 중 현신(賢臣)인 관중·포숙아·영척(寧戚) 등의 보필을 받아 내치와 외정 양면에서 성공을 거둬 제나라를 제일의 강대국으로 부흥시킨다. 대규모의 국제회의를 아홉 번이나 열어 천하 제후들을 소집, 패자(霸者)로 추대됨으로써 춘추 오패(春秋五覇)의 선봉이 된다.

그러나 제환공의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점점 커진 오만한 마음이 그를 집어삼켜갔고 말년에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흐려져 간신(奸臣) 역아·수초·개방을 특히 총애하게 된다.

역아는 사람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환공의 말에 자신의 아들을 삶아 바친 인물이다. 수초는 제환공을 잘 모시겠다며 스스로 거세하여 환관이 되었고, 개방은 제환공의 곁을 비울 수 없다며 부모가 죽었는데도 가지 않았다. 제환공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기에 그랬겠느냐며 세 사람을 높이 평가했지만, 관중은 그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간언(諫言)한다.

관중이 죽고 재상이 된 포숙아(鮑叔牙) 역시 당장 세 사람을 축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제환공은 이들을 잠시 궐에서 내보냈다가 이들이 없으니 불편하고 즐겁지 못하다는 이유로 복귀시키고 만다. 포숙아가 울화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환공은 요지부동이었다.

관중에 이어 포숙아마저 죽자 역아·수초·개방은 본색을 드러낸다. 노쇠한 제환공의 눈을 가린 채 국정을 농단했고,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신하는 모두 쫓아냈다. 심지어 환공이 병석에 눕자 담장을 쌓아 침전(寢殿)을 폐쇄해버린다.

결국 제나라는 내전상태에 돌입한다. 그 와중에 환공이 죽었지만 무려 67일간이나 유해를 수습하지 않고 방치해 벌레가 들끓다 못해 방안 곳곳을 기어 다녔다. 패왕의 비참한 말로였다.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원수마저 기꺼이 등용하고, 인재들을 발탁하기 위해 애썼던 초심(初心)을 제환공이 잊지 않았더라면, 제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사는 거대한 물살처럼 흐르고 있다. 중국의 역사 속 위정자(爲政者)들의 행위를 통해 그 물살의 소용돌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만의 유별난 히스토리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정권 때 너무 확연하고 생생하게 목도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