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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가장 행복한 세대
작성 : 2019년 03월 20일(수) 10:17 가+가-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

1970~80년 대에 젊음을 구사했던 사람들을 7080세대라고 부른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어느 날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가 나는 문득 ‘아, 우리 세대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구나. 우리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대로구나.’하는 결론을 내렸다.
실로 우리는 6·25전쟁 후 극심한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4·19와 5·16 그리고 월남전 참전과 기나긴 군사정권하에서의 5·18민주화운동 등 크고 굵직한 역사적 소용돌이를 치열하게 헤쳐오긴 했다. 그러나 반만년의 역사 중 거의 전부를 차지한 왕조시대의 백성들은 모두가 전쟁과 가난을 일상으로 삼아야 했고, 우리 바로 앞 세대는 일제 강점기의 모진 수난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6·25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해 매년 허리띠를 졸라매며 물 한 바가지로 배고픔을 달래는 보릿고개를 수없이 넘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과 같이 잘 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피땀을 흘렸고 자기 자식 교육만은 꼭 시키고 마는 대단한 부모들로 살아야 했다.
우리는 그런 훌륭한 앞 세대 분들 덕으로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풍요를 누리며 잘 살고 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원시의 생활방식이 아직 남아있던 1950년대로부터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최첨단시대인 21세기까지 살아가고 있다. 이 70년 동안 실로 어마어마한 생활의 변화를 겪으면서 놀라고, 감탄하고, 즐기고 염려하며 살아가고 있다.

- 사고방식(思考方式) : 도농을 막론하고 대가족이 모여서 서로를 의지하고, 아끼고 이웃까지 사랑하며 한 곳에 머물러 살다가 산업화로 가족이 모두 제각각 따로 흩어져 살며 자신과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극단적인 이기적 사고가 고착되어버렸는데 그걸 행복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 의(衣) : 자가생산한 무명베와 삼베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내의도 없이 겨울이면 추위에 덜덜 떨며 살다가 나일론시대를 거쳐 지금은 따뜻한 내의는 물론 두툼한 오리털 파카와 밍크코트로 몸을 호강시키고 있다.

- 식(食) : 모든 사람들이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거나 보리밥으로 겨우 연명하다가 통일벼시대를 지나 맛있는 음식이 냉장고에 넘쳐나고 비만을 부르는 풍요의 시대를 구가하고,

- 주(住) : 방 두세 칸짜리 초가 오두막집에서 어느 집이나 살림 밑천인 돼지를 한두 마리씩 기르고, 깨나 있는 집은 소마구(우리)에 누렁이를 길러 파리, 모기 등 온갖 해충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했었는데, 지금은 멋지고 편리한 콘크리트 기와집과 아파트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우물에 가 두레박으로 힘들게 퍼 올린 물로 밥을 짓다가 어느 집이나 싱크대에서 맑은 수돗물이 콸콸 쏟아진다. 또 헛간에 큰 돌 두 개를 놓고 앉아 사용하던 화장실에서 지푸라기와 헌 종이를 밑씻개로 사용하다 부드러운 화장지에 최신식 비데를 사용하며 위생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 이동(移動), 여행(旅行) : 지게에 짐을 지고 걸어 다니다 시속 25km의 코 달린 버스를 타며 즐거워했었는데 이젠 집집마다 차가 한두 대씩 있으며 시속 300km의 KTX로 1일 생활권을 이루고 거대한 항공기로 세계를 누비며 살고 있다.

- 통신(通信), 미디어(media) : 경찰지서와 면사무소에만 전화기가 있었고 70년대에 와서는 군소재지에 교환을 둔 통신망이 어렵게나마 사람 사이를 이어주다가 오늘날엔 국민 모두가 손 안에 하나씩 쥔 스마트폰으로 세계 어느 곳이든 통화를 하고, 모든 지식을 검색하며 금융기관 일을 보고 외국의 물건까지 손쉽게 직구(直購)하고 있다.

- 의료 : 시골에는 약국 하나 없어 병이 나면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하다가 지금은 엠뷸런스(ambulance)를 불러 타고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진에게 달려가 중병으로 죽을 목숨도 살려내고 있다.
이러하니 우리 7080세대가 어찌 행복하지 않은가?

- 자연환경(自然環境) :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 하나, 우리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 산천은 어디나 자연 그대로였다. 어느 계곡물이나 손으로 그냥 떠 마실 수 있게 깨끗했고, 냇가에는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밤이 되면 반딧불이가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나이트쇼(night show)를 펼쳤는데, 무분별한 개발과 농약 사용으로 이제 자연은 파괴되었고 그 많던 물고기들도 냇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우리 세대에게는 다행 중 불행이다. 그래도 7080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만 행복하면 되는가?
앞 세대의 고통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우리 다음세대는 어떠할 것인가? 그들도 우리처럼 행복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 우리의 책무(責務) : 우리는 우리 세대가 행복하다며 만족만 하다가 죽을 수는 없다. 우리가 파괴한 자연, 산업화와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의 발생, 문명의 발달이랍시고 애써 발명해놓은 수많은 기기들로 인한 후손들의 인성 파괴, 그로 인한 이기적인 심성과 가족의 분해 및 배금주의(拜金主義)의 만연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범죄 등에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파괴된 자연의 원상복구를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농약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옛날처럼 야생의 동식물이 번식하고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어른들이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우리가 먼저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 이웃과 웃음을 나누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 우리의 다음세대도 우리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또 그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에.
기자 hoahn01@hanmail.net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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