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전 참전, 대령예편, 국방연구원, 미국 해군대학원 부교수 재직, 한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연을 맺다가 결별,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518 왜곡...
현재 518에 대하여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지만원의 이력이다. 인터넷에 518을 치면 연관검색어 최상위권은 항상 지만원의 차지다.

지만원은 518은 북한 특수부대원 600여 명이 집단으로 광주에 침투하여 광주 시민들과 내통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대항하고 광주 시민들을 살해한 폭동으로 당시 시민군들이나 복면을 한 사람들은 모두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라는 것이다.

518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야 위와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하여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몇 년간 돌아가는 사정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지만원은 위와 같은 518 왜곡으로 명예훼손죄 등으로 재판을 받아 2002년경에는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음에도, 10여년이 지난 2012년경에는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받는다.

위 무죄판결의 논리는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집단에 속한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과 518은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평가가 확립된 상태여서 위와 같은 사실 왜곡만으로는 기존의 518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지만원의 행위가 518 왜곡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사실상 불특정 다수이고, 518 관련 3법이 제정되고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상태여서 사실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여지가 없으므로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위 무죄 판결은 현실에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지만원은 위 무죄판결이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인 양 자신이 운영하는 ‘시스템클럽’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호도하더니, 기존 주장에 더 나아가 518때 북한에서 광주에 파견된 특수부대원 일명 ‘광수’들이 518이 끝나고 북한으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고위 권력층에 포진하였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518 항쟁 당시 사진속의 인물들을 북한 고위직 인물들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는데, 예를 들면 518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의 당시 사진을 가리키며 그것은 황장엽(71광수)과 동일인이고, 당시 사망한 남편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심모 씨를 북한 고위층 홍일천(139광수)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일명 광수시리즈로 지만원이 주장하는 광수는 벌써 6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상식적인 잣대로 보면, 518 당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전혀 없었고, 이미 518은 광주시민들이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으며 관련 3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된 마당이라 위와 같은 광수 주장을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의 헛소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지만원의 터무니없는 날조, 왜곡이 자신의 시스템클럽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수시로 게재되고, 뉴스타운이라는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반복되며, 일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들에 의하여 유포되고, 거기에 일부 종편들까지 가세한데다가 급기야는 친박 태극기부대라는 동조세력까지 확보한 마당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달라진다. 거기에 자신이 과거 무죄판결을 받은 사안을 자신의 정당성을 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라고 왜곡된 덧칠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왜곡, 유포가 이루어지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는 거짓이 참으로 둔갑해버리는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지지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정치인들의 속성상 지만원의 광수 시리즈가 결국 여전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의해 동조되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귀결점이다.

현재 지만원은 위와 같은 광수시리즈 유포로 인하여 사진속의 실제 인물들에 의하여 형사고소를 여러 건 당하여 기소된 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법원은 지만원에 대하여 피해자들 및 518 관련 단체, 518재단, 종교단체에 대한 1억 원 안팎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하여 확정된 상태이고 또 다른 손해배상 사건 역시 1심에서 배상판결이 난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만원은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결국 위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하여 법원의 엄정한 단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만원이 뿌려놓은 거짓과 왜곡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남북대치상황, 지역정서, 좌우 갈등 등에 편승하여 점차 진실로 둔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518은 40년이 지나도록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아직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하여 작년 통과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진상 조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